[이진한 의사 기자의 메디 Talk Talk]골치아픈 코골이-수면무호흡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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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환자 코골땐 꼭 수면무호흡 검사 받아야

친척이나 친구의 코골이 때문에 밤새 고생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간혹 이런 사람들 중에 난청이 생기는 사례도 있다. 코를 고는 당사자는 더 위험하다. 심지어 돌연사가 일어날 확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은 고혈압 당뇨병 뇌중풍(뇌졸중)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이 매우 높다.

우리가 잘 몰랐던 코골이와 이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성에 대해 대한수면학회 회장인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장과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인 신홍범 코모키 수면센터 원장에게 자세히 알아본다.

▽이진한 기자=코골이는 왜 하는 건가요.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장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장
▽홍승봉=연구개(입천장) 및 목젖과 인두(구강·비강으로부터 식도·후두로 연결되는 통로) 등의 근육이 어떤 원인으로 붓거나 염증이 생기면서 좁아지면 코를 골게 됩니다. 특히 술을 마시거나 몸이 피곤하면 근육들이 느슨해져 숨구멍 통로가 좁아지는데, 이때는 코를 안 골던 사람도 코를 골지요. 코골이는 코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코에 어떤 기구를 끼운다든지 코에 약을 뿌리는 처치는 도움이 안 됩니다.

▽신홍범=흡연도 코골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담배 성분이 연구개 및 인두 쪽 염증을 발생시켜 붓게 하는 바람에 결국 숨구멍이 좁아지면서 코를 골게 되지요. 코를 골면 그 주변 근육 조직도 떨리는데 이 때문에 자극을 받아 더 붓습니다. 금연을 해야 됩니다.

▽이=목이 굵고 짧은 사람이 코골이 체형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신=네. 턱이 작거나 뒤로 가 있으면 목젖과 인두 부위의 공간이 작아서 코를 골 확률이 높습니다. 뚱뚱한 사람도 살이 쪄서 숨구멍이 좁아 코를 잘 골지요.

▽이=코를 골면 숨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도 생긴다고 하던데….

▽홍=코를 골면서 생기는 무서운 부작용이 바로 수면무호흡증입니다. 수면 중에 10초 이상 숨을 안 쉬면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합니다. 대개 10초 이상, 숨소리가 약해졌다가 ‘푸우’ 하면서 숨을 내쉬면 의심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유심히 봐줘야 합니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을 경우 상태를 악화시킵니다. 또 심장동맥질환이나 뇌중풍 발병 위험도 2배로 높아집니다.

신홍범 코모키 수면센터 원장
신홍범 코모키 수면센터 원장
▽신=이 밖에 밤에 깼는데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 밤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소변을 자주 보러 가는 야뇨증 증세가 있는 경우도 상당수 수면무호흡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면 야뇨증이 좋아지는 환자가 많습니다.

▽홍=코골이가 심하면 트럭이 지나가는 수준의 소음(70dB)이 밤새 들려옵니다. 같이 자는 사람이 난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코 고는 소리를 줄이는 방법은….

▽홍=1997년에 어떤 연구원과 함께 학회에 갔다가 한방에서 잤는데, 그 연구원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친 적이 있었죠. 다음 날 테니스공을 러닝셔츠 뒤에 붙였더니 코골이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옆으로 자게 한 것입니다. 옆으로 자면 찌그러져 좁아져 있던 숨구멍에 공간이 약간 생기면서 코골이가 줄어듭니다. 또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가습기로 습도를 50∼60% 유지해주면 기도의 염증을 줄여 코골이를 줄일 수 있죠. 최근 호른과 같은 관악기를 매일 30분 정도 불면 기도 근육을 강화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또 잘 때 베개를 낮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평소 고혈압, 당뇨병이 있거나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등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코를 곤다면 수면다원검사로 수면무호흡증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수면다원검사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홍=비용은 60만∼80만 원입니다. 오후 8시에 와서 하룻밤을 병원에서 자게 되는데 이때 수면과 관련된 모든 검사를 합니다. 뇌파 검사, 안전도, 근전도, 심전도, 호흡신호, 코골이 소음 측정 등 검사 종류만 10여 가지가 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주저합니다. 코골이 수술은 보험이 되는데 검사가 보험이 안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이=코골이 수술은 효과가 있습니까.

▽신=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수술은 연구개와 목젖을 고주파치료기로 줄여서 기도를 넓혀주는 것입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일부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발하거나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도 구조가 수술에 적합하고 수면무호흡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수술이 도움이 되지만 심한 수면무호흡증에는 코에 씌우는 마스크에 공기를 불어넣는 양압기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요즘은 마스크 대신 코에만 살짝 끼워 공기를 집어넣는 치료기도 나왔습니다. 이 치료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법입니다. 양압기 치료기는 200만 원 내외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부담이 큽니다. 학회 차원에서 양압기 치료 보험 적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코골이 예방법이 있다면….

▽홍=살이 찌면 기도 주위에 지방이 쌓이면서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가 심해집니다. 과체중 혹은 비만인 경우에는 자기 체중의 10% 정도를 감량하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음주나 흡연은 기도 주위 조직을 자극하여 붓게 만들고 그 결과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합니다. 알레르기나 비염이 있어서 콧속이 부어 있으면 기도 저항이 커져서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집니다. 이 질환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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