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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간 부장님들, 인디밴드에 ‘소통’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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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간 부장님들, 인디밴드에 ‘소통’을 배우다

동아일보입력 2012-03-09 03:00수정 2012-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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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인디문화 체험 교육’ 현장
인디밴드 앞에서 마냥 어색해하던 ‘아저씨’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공연이 진행되면서 점차 커졌다. 6일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디밴드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부장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인디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호응을 얻자 교육 대상을 1400명에 이르는 전 사원으로 확대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저희 아버지 같은 분이 많이 계시네요. 박수도 치고 소리도 많이 질러주세요.”

6일 오후 서울 홍익대 주변의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인디밴드들이 주로 공연하는 이곳에 60여 명의 넥타이부대가 찾아왔다. 관람객의 다수는 40, 50대 아저씨들이다.

‘자식뻘 되는’ 인디밴드가 록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이들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엔 드문드문 엇박자로나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세 번째 곡이 연주될 무렵엔 어깨가 들썩였다. 여기저기서 환호도 들렸다. 홍익대 근처 공연장에 이날 처음 와봤다는 40대 중반의 남성은 “조금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고교시절 록음악을 좋아했던 기억도 나서 한층 젊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공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최근 시작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 회사는 1월 홍익대 주변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인 KT&G 상상마당에 의뢰해 부장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인디문화를 체험하는 교육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자 전 사원(1400명)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인디문화 체험프로그램은 공연에 이어 인디 뮤지션과의 질의응답, 문화 관련 강의, 직접 콘셉트를 잡아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 하기, 홍익대 명소 투어 등으로 구성했다.

질의응답 시간이면 “‘노땅’도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인디밴드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지” 등을 묻는 40, 50대 아저씨들도 있다. 홍익대 앞 클럽 중에 라이브클럽과 댄스클럽이 따로 존재하고, 라이브클럽은 ‘물 흐린다’며 쫓겨날 걱정 없이 당당히 들어갈 수 있다는 답에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한 참석자는 “인디밴드의 개념이나 인디문화의 현실 등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다”면서 “이 정도면 나이 차를 넘어 20대와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꼰대가 되지 않는 법’ ‘창의력 기르는 법’ 등의 내용에 특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강연을 들은 뒤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나름대로 창의적이고 색다른 포즈를 취해보려고 시도하지만 “얼굴 근육이 경직돼 쉽지 않다”며 쑥스러워했다.


한 참석자는 지도를 들고 홍익대 주변을 돌아다니다 “헐렁한 ‘똥 싼 바지’(힙합팬츠) 입은 사람을 여기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내 기준에서는 전혀 필요 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도 많은데 장사가 잘되는 것이 신기하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임재광 삼성전자서비스 부장(50)은 “스스로 주류라고 자부했는데 홍익대 주변에서는 내가 아웃사이더였다”면서 “그동안 젊은 직원들이 나 때문에 답답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랄프로렌코리아 대한항공 서울시청 영진제약 하나은행 등도 최근 홍익대 주변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안수연 상상마당 대리는 “비주류 문화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문화예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홍익대를 찾거나 교육프로그램을 문의하는 기업과 개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문화계 역시 기업을 비롯한 기성세대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기성세대의 비주류 문화 체험은 기업과 참가자는 물론이고 인디문화계 역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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