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목 염증 생기도록 ‘구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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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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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사랑에 푹 빠졌어요■ tvN ‘오페라스타 2012’ 우승 후보

“Un amore cosi grande, un amore cosi…(이처럼 위대한 사랑, 사랑은 이처럼…).”

장중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흐르고 무대에 흰색 정장을 입은 가수가 등장한다. 묵직한 바리톤 음성으로 이탈리아 칸초네를 노래한다.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GOD 출신 가수 손호영(32·사진)을 만났다.

그는 tvN ‘오페라스타 2012’(매주 금요일 오후 9시 50분 생방송)의 네 차례 경연 중 1위에 두 번 올랐다. 말하자면 유력한 우승 후보다.

“제작진이 프롬프터(자막 생성기)를 설치한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는데 무대에 올라보니 전혀 없었어요. 리허설 직전까지도 외국어 가사를 못 외워 무척 고생했죠.” 손호영은 출연자 가운데 가장 다양한 언어(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노래를 불렀다.

방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풍부한 성량도 타고났지만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일주일 동안 300번 정도 부르고 있어요. 어디서든 오페라를 부르죠. 집에는 ‘소음공해’라는 이웃의 신고로 경비원이 찾아오고, 미용실에서는 아줌마에게서 구박도 받았어요.” 그는 심사위원들에게 “고음이 불안하긴 하지만 매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중저음이 매력적이다. 감정과 연기도 출중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지금껏 부른 곡 중 조아치노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피가로가 부르는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Largo al factotum della citta)’를 최고로 꼽았다. 악보만 10장에 이르는 긴 노래로, 높낮이의 폭이 크고 가사는 속사포처럼 이어진다. “오랜만에 ‘욱’ 했어요. 하지만 해냈다는 기쁨 또한 엄청났죠.” 이 경연 뒤 팬들은 그를 ‘천재’라고 했다.

지금 그는 과도한 연습으로 목에 염증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오페라돌’로 그를 재발견한 것 이상 그 역시 오페라를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오페라에서는 인생의 멋이 느껴져요. 시공간을 넘나드는 진정성이죠.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알겠어요.”

이번 경연에는 그의 아버지인 손병찬 전 경희대 화학과 교수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러 와 눈길을 끌었다. 손 교수는 오페라 마니아다. “9일 부를 곡이 ‘무정한 마음(core 'ngrato)’이에요. 아버지가 악보를 쓱 보시더니 테너곡인데 바리톤인 네가 잘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면서 시범을 보이셨죠. 어릴 때는 아버지가 오페라를 들으면 도망가기 바빴지만 그 때문인지 오페라곡이 낯설지 않아요.” 그는 내년 아버지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부른 오페라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가수 겸 MC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2일 방송되는 채널A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 ‘기발한 세계 여행 지금 바로 Right Now’에도 출연한다. 기상천외한 미션을 수행할 사람을 복불복으로 뽑아 곧바로 외국으로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몸이 재산인 연예인에게 리얼 버라이어티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만큼 재미있고, 또 사랑받을 수 있잖아요. 힘들지만 즐거워요.”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여기저기서 모든 사람이 자신을 찾는다며 자랑하는 피가로처럼 손호영에게는 자신감이 넘쳤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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