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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쇼크 1년, 한국은…]<下>고리원전 취약점 얼마나 개선됐나

기사입력 2012-03-09 03:00:00 기사수정 2012-03-09 09:26:45

“해일대비 방호벽 높이 해발 10m로… 방수문 교체작업 연내 완료”



“5, 4, 3, 2, 1. 2호기 완전 셧다운(Shut down·운전정지) 됐습니다.”

7일 오전 10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본부 고리 2호기 주제어실. 운전 정지에 나선 원전 관계자들이 제어봉을 서서히 주입한 뒤 42일간의 정기검사를 위해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동시에 주제어실 전광판에는 2호기 원자로 출력과 발전기 출력이 모두 ‘0’으로 표시됐다.

원전 정기검사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12∼15개월에 한 번씩 실시한다. 이 기간에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지한 뒤 핵연료의 3분의 1을 교체하고 주요 설비 안전점검을 한다. 이번 정기검사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검사원 42명이 투입돼 원전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60개 항목을 검사한다. 이날은 1983년 지어진 고리 2호기의 정기점검 첫날이라 셧다운 후 가압기 안전밸브 및 주증기 안전밸브 테스트 외의 검사는 없었지만 점검팀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핵연료봉 교체는 가동 중지 후 100시간(약 4일)이 지난 뒤 핵분열로 인해 나오는 붕괴열이 완전히 식은 다음에 실시한다.

KINS 정대욱 박사는 “고리 2호기에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기 위한 지진원자로 자동정지시스템(ASTS)이 설치될 예정”이라며 “이번 정기검사때는 이 시스템의 설치적합성 검사를 포함해 안전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방벽 높이고, 방수문도 설치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50가지의 원전 개선 방안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제시한 안전 설계의 거의 모든 사항을 포함시켰다.

그중 하나로 고리원전 1, 2호기를 운영하는 고리1발전소 앞 해안방벽 높이를 해발 10m까지 높이는 작업이 5일부터 시작됐다. 7일 현장에서는 1km 가까운 방벽 군데군데에 콘크리트 타설을 쉽게 하기 위해 축조물을 깨고, 철근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올해 12월 작업이 끝나면 현재의 해발 7.5m 방벽은 원전 해안초소 꼭대기 높이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와 함께 해일이 방벽을 우회해 차량과 인력이 출입하는 원전 정문으로 들어올 가능성까지 고려해 정문에도 해안방벽과 똑같은 높이의 슬라이드 방식의 콘크리트 방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리1발전소 김종섭 조사차장은 “고리원전 앞바다는 평온한 편이어서 현재 높이로도 바닷물이 넘어올 가능성은 낮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강화 추세에 따라 더 높이기로 했다”며 “올 12월까지 공사를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은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모든 전력계통이 침수돼 원전 냉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고리 1, 2호기에 우선적으로 비상시 이용되는 비상전력계통 및 안전설비 건물의 문을 내진·내화 방수문으로 올해 말까지 전부 교체한다는 목표로 현재 구조물 안전성 검사와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문들은 화재 시에도 3시간 이상 버틸 수 있다. 또 유사시 비상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디젤발전기가 노후해 올해 말 교체하고, 비상디젤발전기조차 작동하지 않는 사태에 쓸 수 있는 차량 이동형 비상발전기를 올해 말까지 원전 용지별로 최소한 1대씩 확보할 예정이다.


○ 50개 세부사항 업그레이드


원전에는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들에게 보내기 위한 전력공급시설(스위치야드)이 있다. 현재 고리원전본부에는 스위치야드가 원전별로 흩어져 있다. 만약 해일로 원전이 침수되면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고리 원전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해발 75m 지점에 고리 1∼4호기 원전 스위치야드를 한곳으로 통합해 올리기 위한 터파기 작업도 한창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KINS는 노후 원전의 계속 사용에 대한 심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11월 20일이면 설계수명 30년이 되는 월성 1호기는 현재 계속 운전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는 최종 심사단계에서 실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수명이 연장된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정기점검이 2배로 강화된다. 일반적으로 정기점검에서 원전 배관은 전체의 25% 정도만 확인하는데, 계속 운전하는 원전은 50% 이상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유사시 원전 격납용기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 전기 없이도 촉매와 중력을 이용해 수소를 제거하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2015년까지 모든 원전에 설치할 계획이다.


○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도 보강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같은 하드웨어적 대비만큼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종 안전 대비 조치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매뉴얼 마련과 관련 인력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매뉴얼 강국인 일본에서 매뉴얼을 벗어난 사고가 발생하자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관련 인력들이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과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과 안전 기준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사고 발생 시 대피 기준을 20∼100mSv(밀리시버트·인체가 방사선을 받았을 때의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로 잡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해 사고 당시 20mSv의 낮은 기준에 따라 11만 명을 대피시켰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인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이 많아진 것은 물론이고 광범위한 지역이 폐허가 됐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50mSv를 대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관련 규정을 완화하거나 옥내 대피를 권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장=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작년 11월 후쿠시마 원전 다녀온 윤철호 원자력안전위 부위원장 ▼

“1시간 동안 후쿠시마 제1원전을 꼼꼼히 둘러봤습니다. 나와서 제 몸의 방사선 피폭량을 쟀더니 0.058mSv(밀리시버트)가 나오더군요. 병원에서 X선 한 번 촬영할 때 받는 방사선량(0.1mSv)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6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만난 윤철호 부위원장(사진)은 지난해 11월 한중일 원자력안전규제책임자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직접 다녀왔다. 한국인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윤 부위원장은 “후쿠시마는 사고 이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원전 복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쓰나미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며 “자동차 도로를 제외하고 바닥은 온통 진흙투성이에, 찌그러진 자동차는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고 전했다.

방호복 위에 계측기를 달고 후쿠시마 원전을 돌아본 윤 부위원장은 “연료봉이 일부 녹고 격납용기 바깥 부분이 파손된 2호기 바로 뒤를 지날 때는 방사선 수치가 순간적으로 1000mSv 이상 치솟았다”면서도 “직원 3000명이 원자로에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 후쿠시마 현장에서 작업 전 대기할 때 평상복을 입고 지낼 정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의 악몽으로 지난 1년간 국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 2015년을 목표로 50개에 이르는 국내 원전 안전 개선 사항을 내놨다. 윤 부위원장은 “한국이 후쿠시마 사태에 가장 신속하게 대처해 원전 안전에서는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며 “우리 뒤를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개, 미국이 22개, 일본이 28개의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보다 더 강력한 사고가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윤 부위원장은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이 대피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안전성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며 근거 없는 불안감을 경계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국내 수입 日 수산물서 석달간 세슘검출 40건 ▼

지난해 12월부터 우리나라로 수입된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 여파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일까지 약 석 달간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된 사례는 총 40건으로 집계됐다. 어종별로는 냉장 명태(29건)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건수가 가장 많았고, 이어 냉동 고등어(10건), 냉장 대구(4건), 활돌돔(3건) 순이었다.

농식품부는 “지금까지 일본산 수산물에서 나온 세슘 최고치는 97.90Bq(베크렐)로 식품 허용 기준치인 370Bq의 26% 수준”이라며 “성인 남성이 이런 수산물을 매일 50g씩 먹어도 연간 노출 방사선량은 흉부 엑스레이 방사선량의 3분의 1 정도라 건강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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