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찬수]전통문화 재창출 위해 ‘무형문화재대학원’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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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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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박찬수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우문일지 모르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50년간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이 있을까? 문화재보호법 중 ‘무형문화재’에 관한 제도가 전 세계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최고의 선진법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그나마 최근 우리 무형유산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목격한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먼저 유형문화유산이나 자연경관 중심의 문화적 관심사가 무형문화유산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된 한류는 현재 K팝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우리 고유의 문화적 자부심을 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K팝 뒤의 한류는 어떤 콘텐츠를 중심으로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무형문화유산으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통문화는 우리 국민의 바탕과 생활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반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 사회적 문화적으로 가공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최근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유산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무형문화유산의 가치와 범주, 전승체계와 환경의 새로운 국면을 창출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새 법이 무형문화유산의 주체를 창의적 계승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전승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 전통공예품에 대한 인증제를 시행해 콘텐츠와 진정성을 확보하려는 방안이나 전통공예인의 창작 및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환영한다.

이런 노력이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형문화유산 콘텐츠를 가공하고 유통하는 전문인력의 활약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한국전통문화대의 학사과정을 제외하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된 만큼 앞으로는 문화와 지식재산이 기반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 무형문화재를 포함한 전통문화를 효과적으로 전승하고 강력한 생산력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문화유산으로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전통기술과 재료, 형식과 내용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현대적 기획력을 겸비한 고급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무형문화재 전승자와 정부, 산업체, 학계가 같이 참여하는 무형문화재전문대학원 설립을 제안한다. 이 대학원은 전통식과 현대식 교육 방법의 장점을 잘 살리는 새로운 개념의 교육체계로 운영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창조적 무형문화재 전문가를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무형문화재 전승자들도 지금까지 원형 보존에만 치중하던 한계를 넘어 근본을 잃지 않되 현대사회와 소통하고 현대인에게 사랑받는 전통문화를 재창출하도록 적극 연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무형문화재전문대학원은 전문인력의 양성과 더불어 무형문화재 기술 및 재료 속에 숨겨진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개발 기능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교육기관의 차원을 넘어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종합적인 교육연구, 산학협력센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무형문화재전문대학원의 설립과 역할 수행을 통해 우리 무형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주력해온 무형문화재 전승자 및 전통공예인들이 이제는 전통문화 산업과 전통문화 시장을 견인할 당당한 주체이자 문화콘텐츠의 전문가로서 이 시대에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찬수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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