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7년전 통일신라시대 ‘무구정탑원기’ 금석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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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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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년 창림사 석탑서 발견후
김정희가 모사한후 자취 감춰

서기 855년 통일신라시대 때 제작된 동판 금석문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서기 855년 통일신라시대 때 제작된 동판 금석문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1157년 전 통일신라시대 동판에 새겨진 금석문이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통일신라 46대 문성왕 때(855년) 제작된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國王慶膺造無垢淨塔願記)’를 발굴해 2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개했다.

‘무구정탑원기’로도 불리는 이 탑지(塔誌·탑의 건립 사유 등에 관한 기록)는 경주 남산 창림사의 석탑에 있다가 1824년 한 석공이 석탑을 무너뜨렸을 때 ‘무구정광다라니경’과 함께 발견됐다. 당시 추사 김정희가 모사를 해 이 모사본으로 내용이 알려졌지만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발굴된 탑지는 가로 38.2cm, 세로 22.4cm, 두께 0.08cm, 무게 약 1kg으로 주재료는 순동이며 금으로 도금된 상태다. 앞면에는 문성왕이 중생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발원문이, 뒷면에는 탑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인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탑지인 ‘염거화상탑지’(844년), ‘황룡사구층목탑 찰주본기’(872년) 등에 비해 보존 상태가 깨끗해 불교사 미술사 서예사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한국의 사찰문화재 일제조사 사업’을 하면서 이 탑지가 용주사의 말사인 경기 이천시 영원사 대웅전 법당 마루 아래에서 1968년 발굴된 뒤 용주사 효행박물관에 보관돼온 것을 발견했다. 영원사는 안동 김씨 일가가 세운 절로 1825년에 다시 고쳐 지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이용운 문화재조사팀장은 “탑지가 창림사 석탑에서 출토된 뒤 추사와 가까웠던 안동 김씨 일가로 들어갔으며 영원사를 중창할 때 대웅전의 지신을 누르기 위한 물건(진단구)으로 묻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탑지가 창림사지 삼층석탑이 아니라 인근의 다른 탑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구정탑원기의 출토지에 대한 논문을 쓴 신용철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현존 삼층석탑은 양식으로 볼 때 8세기에 세워진 것이어서 이번에 나온 탑지와 연대가 어긋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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