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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 “이기든 지든 역사는 링에 오른 사람들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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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 “이기든 지든 역사는 링에 오른 사람들이 만든다”

동아일보입력 2012-02-28 03:00수정 2012-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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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졸업식서 만난 이석채 KT 회장
“아웃 당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홈런도 없습니다.” 이석채 KT 회장은 배트를 휘두르는 자세를 취하며 젊은이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마에 줄이 갔네. 허허.”

자리를 잡고 사진촬영을 시작할 때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썼던 학사모 때문이었다. 한 번 이마를 누른 학사모 자국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이 때문에 탄력이 떨어진 탓이다. 이석채 KT 회장의 주름진 얼굴이 그랬다.

27일 그는 연세대 졸업식에 참석했다. 공대 학생들에게 축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67세의 나이, 하지만 그는 “꿈과 열정만으로 말하자면 난 아직 여러분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아마 평생직장이 없어서 걱정되실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평생직업’입니다. 이런 직업을 찾으면 자연스레 안정이 따라옵니다. 사회가 나를 찾아오기 때문이죠.”

그의 이야기에 젊은 졸업생들은 눈을 반짝였다. 축사를 마친 뒤 이 회장은 동쪽 알렌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자와 함께 걸었다. “김 기자, 네트워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의외였다. “모처럼 졸업하는 젊은 학생들을 보니 좋죠?” 같은 덕담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둘러가지 않았다. 알렌관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에도 작심한 듯 얘기를 이어갔다. “한국 같은 나라의 부(富)는 교역에서 나옵니다. 교역의 핵심은 도로죠. 정보기술(IT) 교역의 시대에 도로는 통신망입니다. 이 통신망이 무시되고 있어요.” 그는 답답하다고 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있었던 스마트TV를 둘러싼 갈등 얘기였다.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통신망을 과도하게 사용해 통신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이달 10일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삼성전자 서버 접속을 끊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서 중재를 했고 결국 KT와 삼성전자는 접속을 재개한 뒤 향후 협의하기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어차피 스마트TV를 해외에 내다팔려 해도 해외 통신사와 똑같은 갈등을 겪어야 했을 텐데 삼성전자는 외국에서도 통신사 탓만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굳이 KT가 나서서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접속 제한 조치까지 취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회장은 “신념의 문제”라며 “통신은 수도나 전기, 도로 같은 사회 인프라여서 일부가 독식하는 대신 국민 모두가 값싸게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 한정된 자원을 독점했고 KT는 “돈을 몇 푼 더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기준을 세워야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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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 졸업생들에게 얘기한 게 바로 이런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에 때로 분에 넘치는 성공도 거뒀다고 했다. “연세대 졸업생이면 사회의 리더입니다. 리더란 타자석의 타자예요. 배트를 휘둘러야 결과가 나오지 가만히 있으면 삼진입니다. 역사는 싸워서 이기든 지든 링에 오른 사람들만이 만듭니다.”

이 회장은 “국내 통신3사 통신요금을 다 합쳐봐야 삼성전자 가전부문 매출의 3분의 2도 안 된다”면서 “그런 KT가 삼성전자에 자극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회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다. 이 회장 스스로도 자신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건 격정이 아니라 결과”라고 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옳다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라면 어찌할까’ 하며 남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겁디다. 적어도 KT는 지금 한국 IT산업에 꼭 필요한 논쟁을 던지고 있는 거예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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