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추리소설 광팬 2명,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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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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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식 역사비평사 실장 -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거장 세이초 작품, 4년간 시리즈 27편 출간나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왼쪽)와 조원식 역사비평사 기획실장은 “마쓰모토 세이초는 추리소설뿐 아니라 논픽션도 뛰어나다”며 “특히 논픽션을 통해 드러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은 한국 상황과도 겹쳐진다”고 전했다. 미군정하의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을 파헤친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는 다음 달 발간될 예정이다. 오른쪽은 마쓰모토 세이초.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모비딕 제공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왼쪽)와 조원식 역사비평사 기획실장은 “마쓰모토 세이초는 추리소설뿐 아니라 논픽션도 뛰어나다”며 “특히 논픽션을 통해 드러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은 한국 상황과도 겹쳐진다”고 전했다. 미군정하의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을 파헤친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는 다음 달 발간될 예정이다. 오른쪽은 마쓰모토 세이초.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모비딕 제공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淸張·1909∼1992)의 작품이 사후 20년 만에 국내에서 잇달아 출간된다. 모비딕(역사비평사의 새 브랜드)과 북스피어는 최근 ‘D의 복합’과 ‘짐승의 길’ 상하 편을 각각 출간했다. 두 출판사는 2015년까지 같은 판형과 표지로 ‘세이초 월드’ 시리즈 27편을 나눠 소개할 예정이다. 두 출판사가 외국인 작가 한 명의 작품을 전집 형태로 함께 출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소학교만 졸업한 후 신문사 인쇄공으로 일하던 세이초는 1950년 41세의 나이로 등단했다. 이후 장편과 단편소설, 논픽션을 포함해 약 1000편의 작품을 썼다. 일본 내 누적 판매 부수가 1억 권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편 ‘어느 고쿠라 일기 전’으로 1953년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살인 사건의 동기를 인간관계와 사회에서 찾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켰고, 일본 사회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낸 논픽션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의 작품 중 ‘제로의 초점’ ‘잠복’ ‘얼굴’ 등 47편이 영화로, ‘짐승의 길’ 등 440여 편이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하지만 국내에선 ‘점과 선’이나 ‘제로의 초점’ 같은 소수의 대표작만 소개됐을 뿐이다.

조원식 역사비평사 기획실장(51)은 “세이초는 1960, 70년대 일본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그중엔 한국인들이 민감해할 만한 내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세이초는 미군 점령기의 일본에서 일어난 괴이한 사건들을 파헤친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1960년)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 6·25전쟁에서 ‘검은 이익’을 취했으며 일본은 미군의 보급기지가 돼 은밀히 협력했다고 썼다.

이런 세이초의 작품이 뒤늦게나마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될 수 있었던 건 조원식 실장과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36)의 열정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광팬’이다. 북스피어는 ‘미인’, ‘외딴집’ 등 미유키의 소설 20여 편을 출간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선 미유키가 세이초의 문학적 장녀로 통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일본 유명 작가들도 자신의 문학적 근원이 세이초에 있다고 강조한다. 도대체 세이초가 어떤 작가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영웅’들이 추앙하는 세이초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조 실장에게도 일독을 권했다.

2년 넘게 세이초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은 두 사람은 전집을 함께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초 일본 측 에이전트 및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촌스럽지 않았고, 특히 사건의 뿌리가 인간에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요즘 독자에게도 강한 영향력을 지닌다고 봤기 때문. 또 일본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세이초의 작품을 반드시 읽을 것이라고 믿었다. 김 대표는 “그들이 세이초의 미스터리 기법을 어떻게 차용했는지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하나가 단독으로 계약하기엔 세이초의 작품 수가 워낙 많다. 하지만 두 출판사가 한꺼번에 다수의 작품 출간 제안을 한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액수에 계약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국내 출판사들이 일본의 유명 작가에게만 매달려 선지급금 액수를 올리고 있다”며 “세이초같이 자신만의 색을 가진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게 출판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이초는 1944년 위생병으로 한국에 왔다가 다음 해 종전을 맞았다. 그는 전북 정읍에서의 군 생활을 그린 자서전 ‘반생기’나 월북시인 임화의 평전 ‘북의 시인’ 등 한국에 대한 저술도 많이 남겼다. ‘반생기’는 올해 출간된다. 조 실장은 “20세기를 살아온 일본인 작가가 바라본 당시 한국의 모습은 21세기 우리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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