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갑양 교수팀, ‘찍’소리 안나는 찍찍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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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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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날개 결합원리 이용
나노기술 권위지 표지논문에

어린아이의 신발에는 신고 벗기 편하게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밸크로가 달려 있다. 뜯을 때 나는 ‘찌이익’ 소리는 경쾌하거니와 붙이면 꽤 튼튼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하지만 조용한 곳에서는 소리 탓에 눈치가 보이고 먼지라도 끼면 접착력이 떨어진다.

국내 연구진이 소리가 나지 않고 반복 사용도 쉬운 신개념 ‘찍찍이’를 개발했다. 생활용품뿐 아니라 항공우주 등 첨단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서갑양 교수(사진)팀은 딱정벌레의 날개 결합 원리를 이용해 나노 크기의 새로운 잠금 테이프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딱정벌레는 평소엔 날개를 접어 몸체에 붙이고 있다가, 필요할 때는 소리 없이 날개를 떼어내 날아간다. 연구팀은 딱정벌레의 몸체와 날개를 분석한 결과, 맞닿는 두 면이 같은 모양의 미세섬모로 이뤄진 것을 발견했다. 미세섬모 사이에는 서로를 잡아당기는 반데르발스의 힘(분자들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해 강한 접착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쪽 끝을 잡고 들어내면 당기는 힘의 방향이 바뀌어 떼어내기 쉬웠다.

연구팀은 딱정벌레의 섬모를 그대로 모방해 양면이 동일한 섬모로 이뤄진 잠금 장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장치는 기존의 밸크로가 한쪽에는 갈고리, 다른 쪽에는 작은 원형 고리가 있어 둘이 짝을 이뤄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단점을 극복했다. 수백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였던 밸크로보다 1000분의 1이나 작은 크기로도 만들 수 있다.

섬모의 길이와 재료 비율을 달리하면 접착력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발견해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와 나노 크기의 섬모를 만들었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밸크로를 사용한 생활용품과 의료장비뿐 아니라 강한 접착력이 필요한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및 재료 분야의 권위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의 지난달 24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결합원리#나노기술#서갑양#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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