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주연배우 17명 흥행성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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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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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톱스타… 스토리가 흥행엔진

“이제 스타는 흥행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최근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이런 말을 던졌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 주요한 흐름의 하나로 ‘관객의 취향 변화’ 또는 ‘작품 선택 기준 변화’가 꼽힌다. 예전 관객이 톱스타가 나오는 영화를 먼저 찾았다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이 좋은 영화를 우선 선택한다. 지난해 톱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한 ‘써니’ ‘도가니’ ‘최종병기 활’ 등이 이런 경우다. 영화체인 CGV의 전략미디어마케팅팀 김대희 대리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예전보다 후한 점수를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2005년 강우석 감독은 송강호와 최민식의 실명을 거론하며 배우들의 개런티가 과도해 제작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에도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톱스타의 출연료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반면 지난해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남자 배우는 4억∼6억 원, 여자배우는 2억∼4억 원을 받는 톱스타들의 몸값에 거품은 없을까. 전국 관객 통계가 이뤄진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톱스타 17명이 주연 또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를 분석해 배우별 흥행성적을 알아봤다.

○ 하정우 황정민 ‘다작 속의 빈곤’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들인 하정우 황정민의 경우 출연작은 많지만 흥행 성적표는 아쉬웠다. 13편에 출연한 하정우는 편당 165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쳐 17명 중 13위였다. 황정민도 12편에 출연했지만 평균성적 159만 명으로 14위에 머물렀다.

하정우의 경우 3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국가대표’(2009년·848만 명)와 ‘추격자’(2008년·500만 명) 2편이었다. 쉼 없는 작품 활동으로 ‘노동자형 배우’라는 말을 듣는 그가 최고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흥행 성적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민은 ‘너는 내 운명’(2005년·305만 명)만 300만 명을 넘었다. ‘모비딕’(2011년·43만 명), ‘오감도’(2009년·44만 명),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년·55만 명) 등은 100만 명을 넘지 못하고 참패했다. 그는 한 시상식에서 “스태프가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지만 주연 배우라면 흥행에 무관심할 수만은 없다.

한류스타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의 한 사람인 권상우는 평균성적 145만 명으로 16위에 머물렀다. 6편에 출연한 그는 ‘포화 속으로’(2010년·338만 명) 외 변변한 흥행작이 없다. ‘숙명’(2008년·85만 명),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년·72만 명), ‘통증’(2011년·70만 명) 등이 성적을 떨어뜨렸다.

장동건도 평균 201만 명으로 10위에 그쳤다. 그는 지난해 개봉해 흥행에 참패한 ‘마이웨이’(214만 명)의 출연료로 6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TV 드라마에서 ‘연기 지존’으로 불리는 김명민도 영화 평균관객 205만 명으로 9위에 그쳐 한계를 보였다.

○ 김윤석 송강호 ‘우량기업형’

40대인 김윤석과 송강호는 평균 성적 426만, 399만 명으로 각각 1, 2위를 기록하며 젊은 배우들을 제쳤다. 이들은 출연작(김윤석 7편, 송강호 8편)도 많고 평균 흥행성적도 뛰어났다. 김윤석은 ‘타짜’(2006년·684만 명), ‘전우치’(2009년·613만 명), ‘추격자’(2008년·507만 명) 등 출연작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531만 명을 모으며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순위 3위에 오른 ‘완득이’의 출연료로 최고수준인 6억5000만 원과 흥행에 따른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강호도 ‘괴물’(2006년·1301만 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668만 명), ‘의형제’(2010년·550만 명) 등 굵직한 히트작이 많았다. 다만 지난해에는 신세대 스타 신세경과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된 ‘푸른 소금’이 77만 명에 그쳤다.

31세로 남자 톱스타 중 가장 젊은 강동원은 평균성적 309만 명으로 3위에 올라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올여름 군복무를 마치는 그의 차기작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2010년 ‘해결사’ 이후 개봉영화가 없는 설경구는 평균관객 303만 명으로 5위, 휴먼코미디의 달인 차태현은 223만 명으로 6위에 올랐다.

○ 여배우들 ‘저비용 저효율’

20∼30대 여성이 관객의 주류인 현실에서 ‘여배우는 티켓파워가 없다’는 주장이 이번에도 입증됐다. 로맨틱 코미디의 헤로인 손예진은 175만 명으로 11위, 김하늘은 170만 명으로 12위에 그쳤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158만 명으로 15위, 이나영은 113만 명으로 17위였다. 남자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값이 적은 대신 흥행몰이 실력도 부족했던 셈이다. 하지원은 평균관객 304만 명으로 4위를 기록하며 여배우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올랐다. ‘해운대’(2009년·1145만 명), ‘1번가의 기적’(2007년·275만 명), ‘7광구’(2011년·224만 명) 등이 그의 흥행파워를 입증한 작품들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박민주 인턴기자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고은 인턴기자 중앙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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