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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 논란…‘석궁테러’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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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 논란…‘석궁테러’ 진실은?

동아일보입력 2012-01-21 03:00수정 2012-01-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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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수로 쏜 화살 사라지고 증거 조작”법원 “두달간 연습한뒤 법원장 조준사격” 《 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를 상대로 일으켰던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해당 사건의 진실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전 교수와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석궁 테러 사건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던 신태길 변호사(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인터뷰해 양측이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을 들어봤다. 》
19일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 1월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55)가 박홍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60·현재 의정부지법원장)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전말과 재판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영화 ‘부러진 화살’ 포스터
김 전 교수는 1996년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 측에 따르면 1, 2심에서 연달아 패소한 그는 2심 재판장이던 박 법원장의 집을 수차례 답사한 뒤 찾아가 기다렸다. 두 달 전 산 석궁을 매주 60∼70발씩 쏘는 연습을 한 뒤였다. 미리 안전장치를 풀고 기다리던 김 전 교수는 박 법원장을 향해 석궁을 발사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와 크게 다르다. 영화는 “김 전 교수가 박 법원장을 위협하려고 석궁을 들고 갔을 뿐 고의로 화살을 쏜 적은 없다. 당시 우발적으로 발사된 화살은 사라져 버렸고 박 법원장의 와이셔츠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사법부가 김 전 교수를 범죄자로 몰아간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2008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라는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채널A 영상] ‘석궁 테러’ 논란 다시 불붙인 영화 ‘부러진 화살’

■ 김명호 前성균관대 조교수 “조작된 증거로 판결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안성기 분·사진)는 20일 “진실은 이미 드러나 있지만 국민이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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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달 말 발간하는 책을 통해 사법부가 양아치 조폭 집단이라는 것을 법리적 논리적으로 설명할 생각”이라며 “증거 조작 등 위법을 일삼는 판사들과 법원 판결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98%는 실명을 밝힐 것이며 내가 재판을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판사들이 쓰는 속임수 10여 가지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판사 니들이 뭔데?’라는 제목으로 설 이후 출간되는 이 책은 500쪽 안팎 분량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사법부를 ‘양아치 조폭’이라고 부른 데 이어 헌법재판소를 ‘법사기 전문 국민 기본권 침해 및 방조본부’라고 지칭하는 등 사법질서 전반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법에 따라 판단할 것을 국민 앞에 맹세하고 재판권을 위임받은 ‘국민의 머슴’이어야 할 판사들이 증거 조작을 통해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헌법을 개정해 판사도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 석궁테러 사건은 국민 저항권을 발동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교수는 인터뷰 내내 석궁테러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부러진 화살과 피 묻은 와이셔츠를 거론하며 “내 말은 ‘주장’이 아니라 명백한 근거를 가진 ‘사실’”이라며 “판사의 자유재량 안에서의 판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위법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석궁을 가져간 것은 판사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을 뿐 발사는 몸싸움 중 우발적인 것이었다”며 “재판부가 증거를 조작해 고의적인 발사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대법원이 각 법원에 당시 재판부의 판단 및 근거를 담은 설명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그렇게 떳떳하다면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당시 김 전 교수의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43·일명 ‘가카새끼’ 판사)가 나와 직접 공개 법리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 신태길 前부장판사 “당시 판결 부끄럽지 않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신경질적으로 피고 측 요청을 무시하는 신재열 부장판사(문성근 분). 1심 당시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 부장판사로 재판장이었던 신태길 변호사(사진)를 19일 오후 동부지법 앞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사무실에는 동부지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법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이제 와서 무슨 얘기를 더 하겠느냐. 사법부를 떠난 입장에서 5년 전 판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지금도 그때의 판결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내내 “고향 집과 같이 생각하는 사법부에 해가 갈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러진 화살’이 사라졌어도 아홉 개의 화살과 석궁은 남아 있고 김 교수가 수십 발씩 화살 쏘는 연습을 하며 피해자 집 근처를 사전답사한 점 등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단순히 겁만 주려 들고 간 석궁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는 김 교수의 주장도 ‘안전장치 구조를 보면 직접 시위를 당겼다고 짐작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료 판사의 피해에 감정적으로 대응해 판결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는 “‘합리’ 하나를 20년 넘게 추구해온 길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었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석궁 판사’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답답해했다. “한 지인이 얼마 전 ‘알고 보니 석궁 판사더라. 지금 어떻게 고개를 들고 변호사를 하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석궁 판사라는 거 자체가 불명예스럽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십 개의 비판 글이 불쾌해 검색 결과 순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 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담배 3대를 연이어 피우던 그는 “오늘이 내 음력 생일이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후에 제가 다시 일어설 날이 있겠죠. 그때 다시 봅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동영상=영화 ‘부러진 화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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