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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영]위키트리 2년, 위키백과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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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영]위키트리 2년, 위키백과 10년

동아일보입력 2012-01-18 03:00수정 2012-0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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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문화부 차장
위키트리가 유명해진 계기는 ‘신라호텔 한복사건’이다. 지난해 4월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신라호텔 뷔페식당 출입을 거부당한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사이트가 위키트리였다. 위키트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는 뉴스 사이트다. 2010년 2월 1일 개설된 지 2년 만에 전체 기사 건수가 5만6000건으로 불어났다. 트위터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보는 매체로 꼽히기도 했다.

위키트리는 운영 원리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같다. 하지만 무럭무럭 크는 위키트리와 달리 올 10월 창립 10돌을 맞는 한국어판 위키피디아, 즉 위키백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현재까지 18만6000건의 지식만을 생산했을 뿐이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를 감안할 때 위키백과 활용도가 꼴찌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왜 위키트리는 되는데 위키백과는 안될까.

위키피디아의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는 “‘지식인’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네이버의 ‘지식인’은 한 가지 질문에 여러 사람이 독립적으로 답변을 나열한다. 본인이 아니면 수정할 수 없다. 반면 위키백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여럿이서 쓰고 고쳐가며 지식을 다듬어나간다. 그래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황주성 박사는 지식인을 ‘개별적 집단지성’, 위키백과를 ‘협업적 집단지성’이라고 구분 짓고 위키백과의 부진을 협업과 토론 문화의 부재에서 찾았다. 한국과 미국의 집단지성 참여자들을 비교 연구했더니 미국인들이 협업과 토론의 긍정적 효과를 더 높게 평가하고, 개인적 보상보다는 집단적 보상이 협업을 더 촉진하며, 무계획적인 집단이라도 스스로 질서와 규칙을 찾는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김상배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동서양간 선호하는 지식 정보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인들은 2차 집단을 바탕으로 객관적 정보의 흐름을, 동양인들은 1차 집단에서의 정서적 흐름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객관적 지식보다는 경험적 지식을, 토론을 거쳐 지식을 만들어가기보다 SNS에서 현안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기를 선호한다. 특히 내 지식은 내 인격이라는 성리학적인 지식관에 따라 내 글을 남이 고치는 것을 내 인격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기 때문에 위키백과 같은 모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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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의 실패 요인은 위키트리의 성공 비결이다. 위키트리는 반(反)위키적 방식으로 성공했다. ‘함께 쓴 히스토리’를 보면 여럿이서 첨삭한 뉴스는 거의 없다. 익명이 아니라 ID를 내걸고 쓰고, 기사 출고량에 따라 ‘살구나무’에서 시작해 ‘소나무’까지 등급이 올라간다. 위키트리는 ‘관계’를 전제로 한 매체다. 전체 트래픽의 70% 이상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유입된다.

위키트리와 위키백과의 명암을 보면 안타깝다. 끼리끼리 모여 가벼운 정보와 견해를 주고받으며 뒷담화에 열중할 뿐, 검증 가능한 자료로 불특정 다수를 위해 개방적 지식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이타적인 지적 역량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다. 인터넷도 없던 18세기 제자들과 ‘다산학단’을 꾸려 5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긴 다산 정약용은 우리 조상의 유전자엔 없던 돌연변이였나 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돌연변이는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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