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진짜 ‘무한도전’의 잔잔한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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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의아하다. 하지만 실제 영국 칼럼니스트 벤저민 미는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영국 데번 지방에 위치한 대저택이 딸린 ‘다트무어 동물원’을 사들인다. 경영이라곤 해본 적 없는 벤자민은 폐장 위기의 동물원을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시킨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감독 카메론 크로우, 18일 개봉)는 이 놀라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유난히 모험심이 강한 칼럼리스트 벤자민 미(맷 데이먼)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지만 좀처럼 슬픔에 빠져있을 틈이 없다. 보듬어 줘야할 사춘기 아들 딜런과 따뜻한 사랑이 여전히 필요한 어린 딸 로지 있기 때문. 자꾸만 엇나가는 딜런을 위해 벤자민은 ‘새 출발’을 모색한다. 그가 도달한 곳은 250여 마리의 동물이 사는 동물원.

벤자민은 주변의 우려에도, 개장을 목표로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직원들은 쌓여가는 고지서가 미심쩍으면서도 벤자민에 협조적이다. 아들 딜런은 이런 아빠가 탐탁치 않지만, 자신에게 매일 샌드위치를 챙겨주는 동물원 사육사 켈리(스칼렛 요하슨)의 사촌 릴리(엘르 패닝)가 있어 동물원 생활이 싫지만은 않다. 영화는 이렇게 벤자민과 그의 가족, 그리고 동물원 직원들의 ‘무한도전’을 그려 나간다.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동물이 아니라, 상처를 극복해 가는 가족의 모습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동물원이 녹아 있다. 벤자민은 곰과 마주치고, 마당에 널린 뱀을 잡고, 정든 호랑이를 안락사 시키기로 결정한다. 모험에 대한 글을 평생 써왔지만, 항상 모험의 관조자였던 그는 직접 상황에 내던져 좀 더 강인해져가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렇게 동물원을 중심으로 벤자민의 가족과 동물원 식구들은 단단한 공동체가 되어간다.

전작 ‘제리 맥과이어’, ‘엘리자베스 타운’ 등에서 웃음과 감동을 오가며 희망을 보여준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이번에도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벤자민은 때론 위기와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적당한 행운과 노력이 그를 도우며 영화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결국 벤자민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아내에 대한 그리움, 아들과의 골 깊었던 갈등, 새로운 사랑의 등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두 아이에게 아내와의 첫 만남을 들려주는 마지막 장면은 꽤 뭉클하다.


눈길을 끄는 이는 엘르 패닝. 훌쩍 큰 키에 사랑스러운 미소를 항상 달고 다니는 엘르 패닝은 보는 이도 미소 짓게 만드는 상큼함으로 무장했다.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에서 냉철하고 지적인 히어로에서 두 아이의 아빠로 변한 맷 데이먼이나 호랑이 소리를 흉내 내는 등 소탈하면서도 당당한 사육사로 분한 스칼렛 요한슨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극적이기 보다 따뜻한 화면과 음악으로 채워지는데, 그 흐름을 잡아주는 OST가 단연 돋보인다. 아이슬란드는 대표하는 그룹 시규어 로스의 리더 프론트맨 욘시는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며, 기적 같은 현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래서일까.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따뜻한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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