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北 ‘12월17일生’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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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일에 어떻게 축하하나”… 호적 하루 늦출 듯

올해부터 북한에선 생일이 12월 17일인 아기가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일에 즐겁게 생일을 쇨 수 없어 아기가 태어날 날짜를 미룰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에도 7월 8일생이 함께 사라졌다. 그 대신 다음 날인 9일 출생자가 대단히 많다. 전날 태어난 아이들의 생일을 이날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1994년 이전에 태어난 7월 8일생도 생일을 고치겠다고 보안서 주민등록과에 신청하면 별다른 이의 없이 승인해 준다.

7월 8일은 북한에서 ‘태양이 떨어진 최대 슬픔의 날’로 간주된다. 이날에는 김 주석 동상을 찾아가 조문을 표해야 하고 웃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은 금기시된다. 술을 마셔도 정치적으로 불온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일파티를 연다는 것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이날에 아기가 태어나면 생일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설령 생일을 정직하게 신고해도 주민등록과에서 ‘날짜를 다른 날로 바꾸라’고 권고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에 슬픔의 날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12월 17일도 김 주석의 사망일과 비슷하게 취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0만여 명이 슬픔의 날 이틀을 피해 가짜 생일을 쇠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이미 제작 배포된 달력을 모두 회수해 다시 출판하게 됐다고 28일 보도했다. 북한에선 모든 달력을 국가가 연말에 일괄 제작해 주민에게 공급한다.

이미 배포된 2012년 달력은 예년처럼 첫 장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일도 표시돼 있지 않았다. 새로 출간될 달력에는 1월 8일로 알려진 새로운 통치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생일이 표시될지도 관심사다.

한 탈북자는 “새로 달력을 제작하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겠지만 김씨 일가의 우상화 문제는 티끌만 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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