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유훈통치 이어받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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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그랬듯 김정은도 ‘아버지 힘’ 빌려 결속 다질듯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한 이후 후계자 김정은의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동지’ 앞에 “위대한 장군님의 가장 친혁명 동지이며 주체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라는 긴 수식어를 붙였다. 이런 찬양은 김일성 주석이나 김 위원장에게만 사용했던 것이다.

김 위원장이 1974년 김 주석의 후계자로 공인받은 뒤 10년 이상 지난 뒤에야 쓰였던 “걸출한 사상이론가” “탁월한 영도자” 같은 호칭도 김정은에게 쏟아냈다. 찬양과 호칭의 3대 세습을 통해 아직 권력승계가 불안한 김정은을 지도자로 띄우기 위한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 김정일식 유훈통치 가능성


북한은 김정은 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해 ‘신격화된 아버지 김정일’을 이용하는 유훈통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김 위원장도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닥쳐온 권력의 위기를 ‘유훈통치’로 극복했다.

조선중앙방송이 19일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은 곧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사상과 의도이고 영도 방식은 장군님의 뜻”이라고 주장한 것은 유훈통치의 예고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유훈통치 기간 3년 동안 체제 결속을 다진다며 작은 불평과 불만도 가혹하게 처벌했다.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숨진 김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에 특별한 유언을 남겼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김 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김 위원장의 생전 교시가 모두 유훈이라고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또 내년 봄부터 북한 김 위원장의 동상과 ‘영생탑’ 건립 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카리스마를 활용하기 위해 동상 건립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 국가 중앙군사위원장 자리 만들 듯


유훈통치 이후 권력이 안정되면 김정은은 김 위원장이 장악했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권력기구를 만들어 통치 기반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상당 부분 가져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에 오르고 국가 중앙군사위원장 자리를 신설해 겸직하면서 선군정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강성대국론을 주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력을 장악한 당 중앙위 군사위원들이 국가 중앙군사위원을 겸직하는 중국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국방위원회는 폐지되고 김정일이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도 김 주석 사망 이후 1997년 국가의 최고 직책으로 권한이 강화된 국방위원장에 올랐다. 또 주석제를 폐지해 김일성은 ‘영원한 주석’으로 남게 했다.

○ 강성대국 진입 차질?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내년 김 주석 100회 생일(4월 15일)에 맞춰 ‘강성대국 진입’을 선언하려던 북한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북한 당국은 김정은 생일(1월 8일), 김 위원장 생일(2월 16일) 등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주체사상 세계대회’ ‘국제친선모임’ 등을 개최해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장 김 위원장의 국상(國喪) 기간에 화려한 행사를 열기는 어렵게 됐다. 또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추진 동력이 약해진 데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강성대국 행사가 주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켜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면 김정은의 불안한 권력승계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사망과 함께 강성대국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목표를 강성대국 ‘완성’에서 ‘진입’으로 톤을 낮추는 등 김 위원장 생전에도 이미 추진력이 약화된 상태였는데, 김정은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훈통치를 해야 할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숙원이던 강성대국을 폐기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장례기간이 끝나면 신속하게 권력승계 마무리 절차를 밟은 뒤 김정은 중심의 강성대국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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