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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병역거부자’ 첫 망명… 국제문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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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병역거부자’ 첫 망명… 국제문제 비화

동아일보입력 2011-12-16 03:00수정 2011-12-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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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 신념과 동성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0대 남성이 캐나다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내에서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아예 외국으로 망명한 것은 김 씨가 처음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15일 “군대에서 동성애자라고 차별하는 것은 없으며 동성 사이의 성행위가 처벌될 뿐”이라고 밝혔다.

○ 캐나다, 망명 신청 수용


이날 인권운동단체인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캐나다 이민·난민 심사위원회(IRB)는 2009년 7월 6일 한국의 병역 의무를 거부한 김경환 씨(30)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여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IRB는 결정문에서 “한국 군대에서 동성애는 정신적인 질병으로 간주되며 공식적 혐오 대상”이라며 “김 씨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군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IRB는 동성애자인 한국 군인이 사령관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 사례도 함께 언급했다.

김 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를 다니다 군 입대를 앞둔 2006년 6월 캐나다로 가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을 했다. 김 씨는 현재 영주권까지 얻어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조만간 시민권도 취득할 계획이다.

○ 김 씨, “나처럼 자유 누렸으면”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지 않고 동성애 차별과 군대 내 학대 문제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라 망명을 결정했다”며 “후회는 없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 자신이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그는 “모든 남자가 군에서 전쟁 훈련을 받는 것을 어릴 때부터 이해할 수 없었다”며 “대학시절 이라크전쟁을 보며 병역거부 신념이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는 캐나다에 살면서 행복해졌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나처럼 자유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방부, “동성애자라고 처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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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이날 “동성 사이의 성행위는 군기 문란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서 처벌받는 것”이라며 “동성애자의 성향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군형법(제92조)은 남성 사이의 성행위나 성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3월 이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김 씨는 이후 캐나다 국적을 취득해도 한국 국적이 상실되지 않아 한국에 들어오면 병역법상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다만 만 38세를 넘긴 뒤 귀국하면 징집 대상에서 제외돼 병역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 논란 거세질 듯


김 씨의 망명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랜 논쟁거리인 양심적 병역거부와 동성애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병역거부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도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동성애자 2명이 이미 지난해와 올해 각각 1명씩 병역을 거부하며 독일 정부와 호주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고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임태훈 센터 소장은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한편 대체복무제를 하루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누리꾼 박모 씨는 “동성애를 하는 것도 자유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도 자유다. 동성애 때문에 발생하는 제도적 차별을 없애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모 씨는 “누가 군대를 좋아서 가겠느냐. 군대 가기 싫다면 외국에서 조용히 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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