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가 黨쇄신”… 당 일부 “당신이 쇄신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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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쇄신안 놓고 파열음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할 것”이라며 내년 2월 재창당을 골자로 한 1차 쇄신안을 내놨다. 그는 “무책임하게 대안 없이 그만두면 당의 대혼란을 초래한다”며 일각의 즉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자신이 당 쇄신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홍 대표가 끝까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당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역 의원 전원의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자기희생적이고 과감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며 “전략 지역은 ‘나가수’ 방식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고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도 적극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은 일체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과 조직활동에 대해 전원 재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외 인사로 재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부적격자를 걸러내 공천심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국회의 예산안 처리 직후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내년 2월 중순 재창당을 통해 14년 전통의 한나라당을 허물고 당을 완전히 새로 건축하겠다”라면서 “당명의 변경이 아니라 당의 구조, 운영 방식, 역할 등에서 완전한 새 정당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 재창당을 위해 일찌감치 공천 절차를 완료한다는 스케줄도 내놨다. 그는 “1996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재창당할 때 이미 사실상 공천 절차가 완료돼 공천후보자대회를 재창당대회를 겸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대적 물갈이 공천을 시사한 것이자 공천권 행사를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당헌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 黃원내대표도 洪대표에 부정적 ▼

현 당헌 당규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는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6개월로 줄이면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 대선주자들이 총선 전부터 당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를 위해 곧 ‘재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라는 것.

홍 대표는 아울러 “당의 정강·정책노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고 사회정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당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정책쇄신기획단’도 발족하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추진하는 신당 세력 등 범보수 세력과의 합당 또는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과 노선 및 정책이 같거나 함께할 수 있는 세력을 총결집해 범여권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전날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당 쇄신안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한 데 이어 황우여 원내대표도 홍 대표의 쇄신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홍 대표의 정면 돌파 시도는 무위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9일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성원 미달로 회의 자체가 무산될 경우 홍 대표도 더는 버티기 힘들어진다. 홍 대표의 쇄신안 발표에 일부 의원은 “재창당추진위를 만든 뒤 당 지도부 모두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쇄신안대로라면 홍 대표가 대표로 있는 동안 전 당협위원장 재심사와 공천심사 작업이 끝난다. 이는 대표가 공천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찐빵에 ‘앙꼬’가 빠져 알맹이가 없고 감동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조만간 당 쇄신 방향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국면 이후 어제 의총, 오늘 쇄신안을 보면서 당이 죽는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당 쇄신 문제에 대해 장고하고 있지만 다음 주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감당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당 구성원들에게 대안을 내달라고 하겠다”며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홍준표 대표가 내놓은 쇄신안 주요 내용 ::

① 2월 중순 재창당 위한 재창당추진위 설치
② 당헌당규 개정해 당권-대권 분리 조항 완화
③ 현역 의원 전원, 공천 전에 재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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