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고소 개그’ 어떻게 볼지 애매~합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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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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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종(가운데)이 진행하는 KBS2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 KBS 제공
강용석 의원의 개그맨 최효종 고소 사태를 집중적으로 꼬집은 KBS2 ‘개그콘서트(개콘)’가 시청률 25%를 넘기며 올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8일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7일 밤 방송된 개콘은 전국에선 25.6%, 수도권에선 27.3%의 높은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날 개콘은 모두 5개 코너에서 고소 사태를 풍자했다. ‘감사합니다’ 코너에서는 출연자들이 “지난주 ‘달인’ 코너가 끝나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국회의원이 도와주네. 감사합니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선 범인이 개콘 녹화장에 폭발물을 설치해 대피해야 한다는 상황을 가정한 뒤 김원효가 “왜 우리가 대피해야 해? 범인이 자기가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냐”라고 말했다. 또 “(범인과 협상하지 않으면) 범인이 열 받아 제 주제도 모르고 고소하겠지. 이게 다 우리를 우습게 봐서 그래. 우리가 범인을 잡아 웃음을 주는 사람이지, 우리가 우스운 사람이냐. 고소하라 그래”라고 외쳐 방청객의 박수가 터졌다.

‘불편한 진실’에 등장한 황현희는 “올해 연예대상은 올 한 해 가장 큰 웃음을 주신, 마포에 있는 한 국회의원에게 돌아갈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강 의원이 고소한 계기가 된 ‘사마귀 유치원’에서는 “영어 단어 테이스트(taste)를 배워보자”며 출연진끼리 “장금아, 왜 고소하느냐” “고소해서 고소하는데 뭐가 문제 있습니까” “그럼 나도 고소하겠구나”라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최효종은 “물가는 영원히 안 내려가느냐”는 상대 개그맨의 질문에 “걱정 마라. 어차피 내년 선거철이 되면 모든 후보가 물가를 잡겠다고 할 것”이라며 정치권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어 최효종은 ‘애정남’에서 ‘최효종은 시사 개그를 계속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겠다. 하지만 특정 인물 한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끝까지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끌어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아이디 ‘exmusic’는 개콘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개그맨들의 진취적인 기상과 불굴의 자세에 감동해 눈물이 날 뻔했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다. 개콘의 힘을 보여 달라”고 적었다. 반면에 개콘의 여러 개 코너를 동원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디 ‘oboyang’는 “방송의 영향력은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보다 큰 것이 사실”이라며 “중립을 지키며 웃긴다는 것이 힘든 건 알지만 국민의 4분의 1이 본다면 최소한의 자정 노력은 필요하다”며 KBS의 대응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KBS는 이에 앞서 22일 토크쇼 ‘승승장구’에도 최효종을 출연시켜 강 의원을 비판했다.

본보는 28일 개콘의 연출자인 서수민 PD에게 10차례 이상 연락했지만 서 PD는 전화를 받지 않고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만 보내왔다.

강 의원은 최효종이 방송에서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 공천 받아 공탁금 2억 들고 선관위 찾아가면 된다’ ‘선거 유세 때 평소 잘 안 가던 시장 돌아다니며 국밥을 한번에 먹으면 된다’고 하자 17일 그를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 모욕죄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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