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18>우쭐댈 여유 없는 케이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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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획사와 자본에 의한 K-POP의 해외활동
●일류의 주도적 기업들이 한류와 화류도 주도하고 있다

2001년 가수 '보아'가 일본에 데뷔하여 큰 이슈몰이를 한 이후로 너도 나도 일본과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동방신기, 소녀시대 그리고 빅뱅과 카라까지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가수들이 계속 나오며 케이팝(K-POP)이 일본 대중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얼마 전 카라사태에서 밝혀졌듯이 이들이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중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은 상식이하로 적은 현실이다. 케이팝의 인기는 높은데 왜 수입은 비례하지 않을까?

올해 초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카라사태'의 배경에는 일본시장에서의 체감 인기와 수익이 비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DB
올해 초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카라사태'의 배경에는 일본시장에서의 체감 인기와 수익이 비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DB

■일본의 자본과 기획사를 통한 활동

현지에 가면 현지의 법에 따르는 것이 정석이다.

한국가수들도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의 현지사정에 어둡기 때문에 현지 기획사를 통하여 연예활동을 하게 된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해외구단으로 옮겨 가면 현지의 에이전트가 대행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아가 원래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일본의 에이벡스(이하 AVEX)를 통하여 일본에서 데뷔하고 활동한 것처럼 이는 다른 후발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에서 일부 한국 아이돌가수들이 인기가 높지만, 일본의 자본과 기획사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입도 그들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후에 일본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일본어로 재녹음만 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으나, 일본에서 데뷔를 하거나 연기자가 일본에서 앨범을 출시할 경우는 음악의 기획과 제작부터 일본의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내 방송출연, 홍보활동 등 매니지먼트 업무도 당연히 일본 내 회사들에 위탁하게 된다.

따라서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가수들의 매출에서 일본의 기획사가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한국 측은 작은 부분밖에 가져올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당연히 돈을 투자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한 자가 이익의 큰 부분을 가기 마련이다. 결국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돈은 일본의 기획사들이 벌어가는 형국인 것이다.

■앞서 나가는 일본엔터 산업의 전략과 시스템

앞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한류는 아시아의 시대적 흐름에 기인한 순차적 기회였다. 2차 대전 이후 각 국가들이 재건을 하면서 일본, 홍콩 등이 먼저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며 서양문화가 급속히 유입되었고 이는 항류(港流)와 일류(日流)를 형성했다.

아시아 문화유행의 생산과 소비를 선도하던 일본은 1990년대 말 한류가 형성되자 한국 콘텐츠를 수입하다가 급기야 한국인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미 홍콩, 대만 등에 진출하여 일본음악과 더불어 현지 음악까지 장악하고 있던 AVEX는 2000년 데뷔한 보아를 2001년에 일본으로 데려가서 스타로 만들어 자국과 아시아에 제작,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보아의 해외성과는 SM엔터테인먼트의 능력이라기보다 AVEX의 전략적 기획과 제작 그리고 유통의 성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01년 한국 아이돌 가수로는 최초로 일본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가수 보아(왼쪽)와 이수만 SM엔터 대표. 동아일보 DB
2001년 한국 아이돌 가수로는 최초로 일본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가수 보아(왼쪽)와 이수만 SM엔터 대표. 동아일보 DB

이후 2005년에 접어들며 대만콘텐츠가 크게 유행하며 대류(臺流)가 형성되고, 중국을 아우르는 중화권의 문화, 즉 화류(華流)로 발전하자 곧바로 중국인 스타를 제작하여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AVEX에서 중국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아란(Alan)이 대표적인데 2007년 데뷔한 후 영화 '적벽대전'의 OST에 참여하며 화려하게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일본의 비즈니스전략은 스타콘텐츠의 생산시스템과 더불어 유통시스템이 먼저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연예프로덕션, 예능사무소로 불리는 일본의 기획사들은 방송사 등 미디어와 거의 동등한 입장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일본의 기획사 중 일부는 아예 전용극장들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

■K-POP을 자기네 콘텐츠인 마냥 유통시키는 일본의 기획사들

이러한 시장은 일본의 메이저급 대형기획사들이 주도한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AVEX, 소니뮤직(SONY Music), 유니버셜뮤직(Universal Music) 등이 있는데, 이러한 회사들은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를 아우르는 유통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화권 대중음악의 중심인 대만의 음악시장을 장악하며 아시아 음악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그 중에서 AVEX는 보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f(x) 등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관계를 체결하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활동을 대리하며 K-POP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방신기의 전속 계약 분쟁과 K-POP의 인기몰이의 영향으로 인해, 아예 올해부터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레이블 'YGEX'를 출범하고 빅뱅과 2NE1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류스타 류시원과 SS501 출신의 김형준 그리고 유키스와 애프터스쿨도 전속으로 활동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서 AVEX는 이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쟁사와도 최근 손을 잡고 케이팝과 한국 가수를 영입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거대 음반 유통사들은 여전히 케이팝을 쥐고 흔드는 존재다. 지난 7월 에이벡스 손잡고 합작 레이블 ‘YGEX’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본의 거대 음반 유통사들은 여전히 케이팝을 쥐고 흔드는 존재다. 지난 7월 에이벡스 손잡고 합작 레이블 ‘YGEX’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제공

AVEX는 제이팝(J-POP)을 대표하는 일본 최대의 음악기획사, 아니 아시아 최대의 음악기획사다. 아무로 나미에, 하아사키 아유미, TRF 등 많은 톱스타를 거느리고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회사이며, 일본 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지사를 통한 유통망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가수들의 활동대행으로 인한 수익의 배분에도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본 내 카라와 비스트 그리고 초신성 등을 대행하는 유니버셜뮤직 재팬은 얼마 전 카라 사태에서 알려진 것처럼 일본수익의 84%를 가져간다. 다른 가수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게다가 아이유의 행사에 화환을 보내는 등 계속 국내 스타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워너뮤직(Warner Music) 재팬은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소니뮤직 재팬은 2PM, 시크릿, 소니뮤직 대만은 SS501 출신의 박정민의 음반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등 일명 한류가수들의 해외활동은 대부분 일본회사들에 의해 아시아 전체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K-POP 우쭐대고 방심할 때 아냐"

그리고 음반제작과 유통 외 현지의 매니지먼트 회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한류와 K-POP의 돈이 되니까 일본의 회사들이 자본과 유통망을 내세워 한국 콘텐츠를 해외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케이팝의 해외진출에 있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절실하다.

작금의 상황은 케이팝의 해외진출이라기 보다 일본이 케이팝을 수입하여 자국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재판매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음반을 들고 일본으로 찾아가서 유통의 의뢰했지만, 이제는 일본의 전문가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시장을 조사하고 스타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팝이 해외차트에 오르고 일부 한국 가수의 인기가 높다고 우쭐댈 때가 아니다. 한국의 음악관계자들은 보다 넓은 안목으로 한국의 음악콘텐츠가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쫓는 행태나 미국이나 일본을 모방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K-POP의 유통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이제 케이팝의 제작시스템은 인정받을 정도가 되었으니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유통시스템과 해외진출을 꾀할 때가 된 것이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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