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서울시 ‘오세훈 색깔 지우기’… 공무원 대대적 물갈이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새 정책 따른 조직개편 불가피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는 서울시는 당장 ‘오세훈 색깔 지우기’에 몰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당선자가 전임 오세훈 시장의 핵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전임 시장과의 단절’을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분야마다 정책 방향을 크게 바꾸기 위해 조직 개편은 물론이고 대대적인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각 부서 고위 공무원은 ‘새 줄’을 잡기 위한 생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당선자가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디자인 서울 사업을 담당하는 한강사업본부와 문화관광디자인본부는 부서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박 당선자가 두 조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 축소될지언정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내부 전망도 있기는 하다.

박 당선자의 공사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양화대교 교각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한 도시기반시설본부 앞에도 ‘짙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 반면 박 당선자가 가장 중점을 둔 보편적 복지 정책과 서민주거안정 대책을 추진할 주택, 복지 관련 부서는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정책 추진을 위해 컨트롤 타워가 별도로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 박 당선자가 주민참여 예산제 시행과 서울시 정보소통센터 개설 등 시민들의 시정 참여 확대를 약속한 만큼 ‘열린 시정’을 펴 나갈 새로운 조직도 새 시장의 최측근 부서로 분류된다. 기존의 시민소통기획관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오 전 시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아예 새로운 부서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민선 4기부터 오 전 시장과 손발을 맞춰 온 고위 간부 상당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오 전 시장 시절 한직으로 물러났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부서의 공무원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박원순호(號)’ 승선을 위한 줄서기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시장이 새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임 시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이유로 내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무원은 수장의 정책과 철학을 그저 집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