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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황교익]미슐랭 가이드 별 하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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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황교익]미슐랭 가이드 별 하나의 의미

동아일보입력 2011-10-15 02:00수정 2014-08-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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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맛칼럼니스트
미국 뉴욕의 한식당 ‘단지’가 2012년 뉴욕판 미슐랭 가이드에 별 하나짜리 식당으로 올랐다. 이를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느 지역판이든(미슐랭 가이드는 국가와 도시별로 여러 판을 낸다. 식당을 평가하는 미슐랭 가이드를 레드 가이드라 하는데, 아시아의 레드 가이드는 도쿄판, 교토·나라판, 홍콩·마카오판 등이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한식당이 별 하나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니 축하하고 환영할 만하다. 단, 한국음식이 세계인의 음식으로 공인받은 것처럼 부풀리는 것은 바르지 않다. 미슐랭의 권위는 뉴욕에서 그리 크지 않다. 뉴요커들은 뉴욕타임스, 뉴욕매거진 등 현지 언론이 다루는 식당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한국 내에서는 미슐랭 가이드가 세계 최고의 미식 평가서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현지에서는 그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단지’가 이미 뉴욕타임스와 뉴욕매거진에 소개됐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창간됐다. 국내에서는 영어 발음인 ‘미쉐린’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타이어회사가 만드는 책이다. 1년마다 그 판을 바꾼다. 애초 이 책은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타이어 갈아 끼우는 법과 타이어가게 등의 정보에다 주유소, 우체국, 숙박업소 등의 위치를 실었다. 1926년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호텔에 별을 붙인 것이 레드 가이드의 시초다. 식당에까지 별을 붙이는 지금의 방식이 완성된 것은 1933년이다. 이때부터 전문 심사원에 의한 암행조사 방식을 취했는데, 미슐랭의 권위는 이 평가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암행 심사원이 손님으로 가서 음식을 먹고 보고서를 작성하면 이를 근거로 심사원의 합의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뉴욕 한식당 ‘단지’ 지역판에 실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미슐랭 가이드의 권위는 도전을 받는다. 전통적 요리법에서 벗어난 누벨 퀴진이 등장하면서 미식 비평의 객관성을 거부하는 가이드북 ‘고미요’가 나와 미슐랭의 권위를 흔들었다. 또 프랑스에 의해 주도되던 ‘미식문화’가 스페인으로 옮겨가면서 미슐랭의 평가 기준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미슐랭은 유럽에서 점점 약화돼 가는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선택했다. 미슐랭은 전 세계의 도시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 한국도 미슐랭의 이 글로벌화 대상에 들어갔다. 여행 안내서인 그린 가이드가 지난봄에 나왔고 레드 가이드는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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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 삶의 여러 현상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음식은 이게 유독 심하다. 그래서 상대방의 음식, 기호, 맛에 대해 평가하는 일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자부심이 음식 외 여타 문화 등으로도 탄탄하게 형성돼 있는 경우 다른 지역 사람이 음식을 평가하는 것 자체를 기분 나빠한다. “너희가 우리 음식을 얼마나 안다고 그래”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뉴요커들이 프랑스에서 온 미슐랭보다 뉴욕타임스나 뉴욕매거진의 식당 평가를 더 신뢰한다는 것도 이 까닭이다.

‘단지’의 차림표가 흥미롭다. 두 카테고리로 나뉘는데 ‘전통’에는 골뱅이무침, 육회, 보쌈, 고추파전, 잡채, 안창살구이, 파무침, 갈비찜, 부대찌개, 은대구조림 등이 올라 있다. ‘현대’에는 초장을 곁들인 생선회, 매운 닭날개, 마늘 닭날개, 불고기 슬라이더, 김치 베이컨 초리조 파에야 등이 있다. 김치 베이컨 초리조 파에야는 김치볶음밥처럼 보인다. ‘전통’이든 ‘현대’든 사진으로 보면 그릇에 담긴 모양만 세련됐지 한국에서 먹는 보통 음식에서 크게 벗어난 맛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단지’의 요리사 김훈이 씨도 인터뷰에서 ‘전통’에 드는 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 맛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의 수많은 골뱅이집이 다 비슷한 모양으로 골뱅이무침을 내지만 그 맛은 제각각이듯 ‘단지’의 맛도 한국 내 식당들의 음식 맛 편차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한다.

대중음식으로 승부깵박수받을만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한국의 ‘격조 있는’ 음식문화를 알리겠다고 한국인은 일상에서 먹지도 않는 궁중음식이니 전통음식이니 하는,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조선의 음식을 세계인에게 선보여온 것과 ‘단지’의 음식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지’의 음식은 한국 대중식당의 음식이다. 특히 부대찌개가 ‘전통’으로 올려져 있는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한때 이 부대찌개를 두고 어느 전통음식 연구가는 “국적 불명의 경박한 음식”이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 한국의 대중이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미국 이민 1.5세대의 음식에서 읽으니 가슴 뿌듯하다. 미슐랭 가이드의 심사원들이 부대찌개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알기나 할까 싶어 그 별 하나쯤이야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란 외국인이 별표 하나 던져 준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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