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살빼기 도전 프로 ‘빅토리’ → 감량효과 따라 생존-탈락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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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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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닭가슴살로 버티기… 참가자들 삶의 사연도 뭉클리얼 고통

SBS 다이어트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토리’ 도전자들이 전용 체육관에서 트레이너 숀리(왼쪽)를 따라 운동하고 있다. 두 손을 모아 아래로, 다리는 한쪽씩 위로 올려 복부를 자극하는 운동이다. SBS 제공
SBS 다이어트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토리’ 도전자들이 전용 체육관에서 트레이너 숀리(왼쪽)를 따라 운동하고 있다. 두 손을 모아 아래로, 다리는 한쪽씩 위로 올려 복부를 자극하는 운동이다. SBS 제공
“여기가 남자들이 쓰는 방인가 봐요. 남자 옷이 걸려 있네.”(기자)

“언니, 그거 제 옷인데요.”(여성 도전자)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아파트. 옷만으로는 남녀 구분이 힘든 ‘덩치’들이 모였다. SBS 다이어트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토리’ 출연자들의 합숙소다. 남녀 20명이 8월부터 합숙하면서 누가 살을 더 많이 빼는지를 겨루고 있는데 5명이 탈락하고 15명이 남았다. 이들은 한 달 반 동안 평균 17.6kg의 살을 뺐다. 합숙소를 찾아 8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먹고 운동하며 다이어트 체험을 했다.

○ “양상추에서 단맛이 나요”

살을 빼려면 역시 먹는 게 중요했다. 전담 트레이너 숀리는 “다이어트에서 식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라고 했다. 나머지 30%가 운동이다.

도전자들은 끼니마다 현미에 소금간이 거의 없는 밍밍한 채소를 반찬으로 먹는다. 이날 오전 춤 연습이 끝나고 오후 1시 30분이 다 돼 나온 점심은 현미밥에 고구마와 토마토를 넣은 달걀 오믈렛이었다. 반찬은 백김치와 샐러리. 도전자들은 백김치 국물도 짜다며 먹지 않았다. 80.8kg에서 63.8kg으로 17kg을 빼 체중 감량률이 가장 높은 석수진 씨(23)는 티스푼으로 밥알을 세듯 먹었다. 밥을 먹은 지 30분이 지나자 허기가 졌다. 간식은 토마토 양상추 파프리카 오이 샐러리 등 생채소와 하루 3개로 제한된 닭가슴살 소시지. 합숙 전까지 탄산음료를 입에 달고 살았다는 도전자들은 “양상추에서 단맛이 난다”며 맛있게 먹었다. 동관식 씨(31)는 “너무 배가 고파 한 번에 소시지 9개를 먹고 혼난 적도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탈락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감량률 0.1%포인트 차로 당락이 갈리면서 못 먹어 안달인 도전자는 없어졌다. 오히려 “○○가 닭가슴살을 덜 먹었다”며 시비가 붙는다. 변비 예방을 위해 제작진이 가져다 둔 유산균 음료도 살찔까봐 손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샛별 씨(26)는 “매주 수요일 아침 몸무게를 재는 시간이면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려고 화장실 앞에 줄을 길게 선다”고 했다.

○ 매주 탈락자 나오는 경쟁

오후 4시 집단운동에 참여했다. 숀리가 들어서자 도전자들은 기자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속삭였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후회했다. 이름은 몸을 데우는 ‘체조’였지만 기자가 체감한 강도는 ‘극기훈련’이었다. 10분이 지나자 구역질이 났다. 숀리는 “운동 초보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30분 동안 이어진 체조가 끝난 뒤에도 10분간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도전자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오늘은 운동 강도가 다른 날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저녁 메뉴는 해초라면이었다. 면과 국물은 물론이고 국물을 내려고 넣은 다시마와 새우까지 남기지 않고 싹 먹어치웠다.

남녀 도전자들은 당번을 정해 서로 속옷을 빨아 널어줄 정도로 가깝게 지내면서도 “침대 위 수건 좀 치워 달라”는 등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한다. 생업과 가족을 멀리 하고 합숙소에서 배불리 못 먹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매주 탈락자가 나오는 경쟁을 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 시절의 몸매를 되찾으려고”(이혜정·43), “버스 운전석에 앉기 위해”(이상록·41), “7개 알바로 점철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석수진), “사고로 세상을 떠난 큰아들에게 보여주려고”(윤소연·52)…. 이들은 ‘패배자로서의 과거’와 치열히 싸우고 있었다. ‘외모 지상주의의 피해자’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기는 힘들었다.

고양=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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