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현]노벨 평화상을 여성들에게 준 뜻은…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수천 년 동안 남성에 의해 쓰인 역사(history)는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졌다. 앞으로 창조와 상상의 물결이 밀려올 사회의 역사는 여성에 의해 쓰여(herstory) 평화와 생명 존중으로 점철돼야 한다. 따라서 2011년 노벨 평화상 여성 3인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 女의원 비율 134국 중 78위

‘여성 지위를 강화하는 데 공헌한’ 엘런 존슨설리프는 아프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14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전국이 황폐해졌을 때 대통령직에 올라 강도 높은 경제정책을 펴 라이베리아 국민에게 내전 종식과 더불어 풍요로운 삶을 제공했다. ‘여성의 선거 참여를 보장한’ 라이베리아의 여성운동가 리머 보위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여성 신도들을 조직화해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예멘의 타우왁쿨 카르만은 33년간 독재 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운동으로 아랍의 봄을 이끌어 왔다.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뒤처져 있던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이들이 평화, 민주, 경제 발전을 이룩해 여성의 삶을 향상시키리라 기대한다.

5월 필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현지 여성이 진정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대학, 여성 비정부기구(NGO), 여성역량강화 아동보호부 등에 근무하는 여성전문가들과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가장 관심을 갖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일부 지역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불문법처럼 존재’했던 샤리아법을 실제 법안으로 채택해 남성적 시각으로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해석하고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분노였다. 필자가 더 주목한 두 번째는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 대표성 제고라는 인식과 노력이었다. 아이로니컬하게 원조 제공국인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14.1%)보다 수혜국인 인도네시아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18%)이 더 높았다.

원조 수혜국에서 느꼈던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경험을 바꿀 시기가 됐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성의 단결된 힘을 보여야 한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134개국 성 격차지수에서 한국은 여성 의원 비율 78위, 입법자 및 고위관료 관리직 111위였다. 한국의 글로벌경쟁력지수가 133개국 중 22위인 것에 비하면 한국사회가 불균형적인 발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불균형 발전으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 창조와 상상의 물결이 밀려올 텐데 여성 자원을 이렇게 홀대해서는 제4의 물결을 견디지 못하고 허우적거릴 수 있다.

여성의 단결된 힘은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모든 당이 여성 비율을 비례대표는 50%, 지역구의원은 30%를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것을 당규로 정하기 위해 각 당 위원장과 중앙 및 지자체 여성정책연구원장, 여성 NGO 대표들이 소통하고 연합해야 한다. 지금은 소통이 잘되지 않고 있다. 머리와 머리가 만나면 두통이 오지만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 소통이 된다. 여성 관련 주체들이 칸막이를 치지 말고 마음을 열고 뭉쳐야 한다.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 만들어야

이제 여성운동은 투쟁과 쟁취라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의 역사, 문화와 접목해 남성을 설득하고 여성과 함께 가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2011년 유엔여성기구를 출범시키면서 “여성의 지혜는 인류가 이용하지 않은 가장 큰 자원”이라고 한 것처럼 한국사회는 이제 여성 자원을 활용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 큰 생각을 해야 한다.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