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농어촌을 살맛나는 곳으로]<下>도시인재 재능기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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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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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고치고 음악 가르치고… 노인 시름 뚝, 아이 꿈 활짝

원광대 건축학과 윤충열 교수(왼쪽)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농촌 지역의 낡은 집을 고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이처럼 도시인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농촌을 위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농어촌 재능기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원광대 건축학과 윤충열 교수(왼쪽)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농촌 지역의 낡은 집을 고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이처럼 도시인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농촌을 위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농어촌 재능기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 원광대 건축학과 윤충열 교수는 2009년 여름 전북 장수군 오지의 한 마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다문화가정 한 곳을 방문했는데, 이 부부와 5명의 자녀가 부엌을 겸한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던 것. 나이 많은 노모는 아들 내외와 아이들에게 방을 내준다며 창문 하나 없는 냉골 별채에서 살고 있었다. 교수는 당장 제자들과 함께 보름간의 공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8명의 식구들을 위해 침실 3개와 거실, 그리고 부엌을 만들어냈다. 화장실도 싹 고쳤다. 할머니의 별채에는 창문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새로 생긴 방을 보고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지난해 이 가정은 여섯 번째 막내까지 얻었다. 》
○ 당신의 작은 재능, 농촌엔 큰 힘

윤 교수는 4년 전부터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농어촌 이곳저곳을 순회하고 있다. 낡고 협소한 농가 주택들을 고쳐주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한국농어촌공사 산하 다솜둥지복지재단의 대학생 봉사 단장으로, 한국농촌건축학회와 함께 재단이 주관하는 ‘희망 가(家)꾸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고쳐주는 집들은 주로 농촌의 홀몸노인, 조손가정,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의 집이다. 윤 교수는 “농촌은 35년이 넘은 노후주택 비율이 19.5%에 이른다”며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량 노후주택에 사는 취약 계층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농촌에 베풀어준 것은 조그마한 능력이지만 그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남다른 재능을 농촌을 위해 기부하는 이들을 늘리고자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부터 ‘농어촌 재능기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0월 말 현재 ‘스마일 재능뱅크 홈페이지’(www.smilebank.kr)에 기부 의사를 밝힌 사람은 총 3285명. 이 중에는 소설가 이외수 씨와 지휘자 금난새 씨 등 유명인사도 포함돼 있다.

2006년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에 귀촌한 이외수 씨는 지역에서 무료 문학 강좌를 개설해 문학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또 금난새 씨는 올 4월부터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맡아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에게 음악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떠한 분야의 어떠한 능력이라도 농촌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단체 등도 농어촌 재능 기부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한국전력공사 안성지점은 1사1촌을 맺은 안성 풍산개 마을에 정기 전기안전점검을 하는 것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 도시 은퇴자 기다리는 농촌

실제 이 캠페인을 통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농업과 관련해서는 생산·가공·유통기술, 농기계·설비, 마케팅, 홍보, 제품 디자인, 재무·회계 등 여러 분야에서 능력 있는 도시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 마을 개발과 관련해서도 도시계획, 건축, 토목, 레저스포츠, 조경, 관광, 축제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 농식품부는 갈수록 급증하는 도시 은퇴자들이 농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09년 기준 귀농·귀촌 가구는 4067개로 10년 전보다 5배 규모로 늘었다”며 “2018년까지 약 311만 명의 도시인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들이 농촌으로 돌아가면 농어촌 지역 발전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1500명 규모의 ‘스마일 재능나눔 지원단’을 구성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는 이들이 각 지역 마을발전위원회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재능을 필요로 하는 농촌 마을은 스마일 재능뱅크 홈페이지에 마을이 원하는 재능을 신청하면 좀 더 빠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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