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페셜]상어 지느러미-게코도마뱀 발바닥에서 배우는 창의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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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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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하게 나누어라, 쓸모있는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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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 연잎, 나미비아 딱정벌레, 게코 도마뱀….’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자연계의 생물체를 관찰하다 보면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표면의 ‘미세한 분할’이다. 이 생물들은 모두 미세하게 분할된 표면을 생존을 위한 필수 기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도마뱀, 상어, 연잎이라는 개별 생물에 대한 1차원적인 지식만으로는 이 사실을 얻을 수 없다. 이들을 비교하고 공통점이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범주화할 때 비로소 고차원적 지식을 얻게 된다. 이 지식을 필요할 때에 적재적소에 가져다 쓰는 게 창의와 혁신의 비결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9호(2011년 9월 15일자)는 주변의 사물과 대상들을 하나씩 세밀하게 관찰하되 이를 아우르는 상위의 원리를 찾아내는 창의와 혁신 방법론을 소개했다. 》
○ 상어 지느러미와 연잎 효과

상어의 피부에는 미세한 굴곡이 있는데, 헤엄칠 때 물이 만드는 마찰 저항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와류를 피하고 저항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상어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연구자와 기업들은 상어 피부의 이 독특한 기능을 응용해 선수들이 착용하는 첨단 경기용 수영복을 디자인했다.

연꽃은 지저분한 늪에서 자라는 식물인데도 그 표면이 매우 깨끗하다. 연잎 표면에는 세밀한 돌기로 이뤄진 미세한 요철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요철 구조 때문에 잎 위에서 물방울이 또르르 잎을 타고 떨어진다. 물이 떨어져도 잎이 물에 젖지 않는 이유다. 먼지 같은 더러운 물질도 물방울과 함께 잎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를 ‘연잎 효과(lotus effect)’라고 한다. 이 원리를 응용해 스스로 깨끗해지는 표면 구조나 코팅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게코 도마뱀에서 배우는 로봇 기술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은 강수량이 적기로 유명하다. 이곳에 사는 ‘스테노카라’라는 딱정벌레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기후에도 끄떡없다. 딱정벌레의 등에는 1mm 간격으로 지름 0.5mm의 돌기가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이 돌기의 끝부분은 물과 친하지만, 돌기의 아랫부분은 물과 친하지 않은 소수성(疏水性)을 띤다. 아침마다 안개가 끼면 딱정벌레는 바람 부는 방향을 등지고 물구나무를 선다. 그러면 안개 중의 수증기가 돌기 끝에 붙게 되고 점점 커진 물방울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굴러 떨어진다. 이때 바닥 면이 물을 밀어내니 물방울은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간다. 이 딱정벌레는 이런 식으로 수분을 보충한다.

게코 도마뱀은 바닥, 벽,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매달리기 선수다. 이 도마뱀의 발바닥은 길이 50∼100μm(마이크로미터), 지름 5∼10μm의 수백만 개의 미세한 털로 덮여 있다. 이 털은 다시 수백 개에 이르는 주걱 모양의 섬모(길이 1∼2μm, 지름 200∼500nm·나노미터)로 갈라진다. 벽면, 천장 면과 털 하나 사이에는 약한 접착력이 존재하지만 이것이 수백만 개나 있으니 강한 접착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끈끈한 접착 물질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붙였다 뗄 수 있는 접착테이프나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을 가진 우주·심해용 특수 로봇 등을 개발하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 포장두부와 노래하는 고속도로

과거에는 식품점에서 커다란 두부 덩어리를 잘라서 팔았다. 한 판으로 만들어진 두부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손님들에게 판매했다. 요즘은 한 모씩 잘라서 그릇에 넣고 물까지 충전해 판매한다. 판두부에 ‘분할의 원리’가 더해진 것이다.

이 분할의 원리는 고속도로에도 응용되고 있다. 차가 달리는 고속도로의 표면을 약간 분할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LP판을 떠올려 보라. 판의 표면에는 음악에 대응하는 홈이 파여 있다. 이곳에 레코드판의 바늘이 닿으면 음악이 재생된다. 고속도로에도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너비 2.4cm, 간격 10.6cm의 홈이 있으면 ‘도’ 소리가 나고, 간격이 줄어들수록 소리가 높아져서 ‘레, 미, 파…’ 식으로 음이 만들어진다. 자동차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서 레코드판의 바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른바 ‘노래하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진다. 이 고속도로는 운전자의 주의를 집중하게 하며 졸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일본과 한국의 몇몇 고속도로에 적용됐다.

이처럼 좋은 생각을 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연에서 찾아낸 분할의 원리를 두부나 고속도로 등 일상생활의 문제에 적용한 것처럼 주변의 사물과 대상을 잘 관찰해 상위의 원리를 찾아내면 다양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책을 고안할 수 있다.

송미정 삼성종합기술원 CTO 전략팀 부장 triz_institute@hanmail.net  
정리=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9호(2011년 9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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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술 성공 위한 10계명

▼ MIT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Review


소형형광램프(CFL)는 백열등 전구보다 소모 전력량이 75% 이상 적지만 수명은 5∼6배 더 길다. 미국의 모든 가정에서 전구 1개를 일반 전구에서 CFL로 바꾼다면 도로에서 130만 대의 자동차가 사라졌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주거용 조명시장에서 CFL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이 제품이 처음 시장에 등장한 1980년대 후반 이래 11%에 불과하다.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CFL 가격은 일반 전구 가격보다 평균 3배가량 비싸다. 녹색기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기술의 보급 및 확산 과정의 장애물과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녹색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명심해야 할 10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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