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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핫 이슈]경제 변동기에 살펴본 금과 은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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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핫 이슈]경제 변동기에 살펴본 금과 은의 세계사

동아일보입력 2011-08-27 03:00수정 2011-08-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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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은 金의 역사, 동양은 銀의 역사
최근 경제계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금값이 큰 화제다. 금 선물 가격은 22일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한때 온스(31.1g)당 1917.9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며칠 사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중장기적으로 금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금의 금값(8월 26일의 기준 국제 금 시세인 온스당 1790.3달러)은 이미 2008년 평균(온스당 871.7달러)의 2배 수준이다. 2001년(온스당 272.7 달러)에 비해서는 6.6배나 된다. 그런데도 금값은 왜 자꾸 오르는 것일까. 그 이유를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알아보자.

○ 몽골제국 지폐와 미국 달러의 공통점


금은 예로부터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는 수단으로 각광 받아 왔다. 금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금값은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원래 보유한 금의 양만큼 화폐를 찍어내는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1792년 화폐법(Coinage Act)을 만들었을 때 금 1온스의 값은 18.3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금값 조정이 이뤄졌지만 1971년 이전에는 은행에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베트남전 등으로 생긴 부채와 재정적자로 미국의 금 보유량이 갈수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본위제 폐지 이후의 달러 통화량 증가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렸고, 2000년대 이후 거듭된 금융위기는 안전자산인 금값의 상승을 가져왔다.

흥미롭게도 13∼14세기 몽골제국(원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몽골은 은을 지급준비금으로 ‘교초’라는 지폐를 발행했다. 교초는 고려부터 시리아까지 몽골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지역에서 통용됐다.

교초는 여몽연합군의 일본정벌 자금으로도 쓰였다. 1차 일본정벌(1274년) 때의 막대한 지출은 몽골이 남송을 정복하면서 얻은 세수로 충당할 수 있었다. 서영교 중원대 박물관장은 “몽골의 정복전쟁은 교초의 태환 준비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 초점이 석유자원 확보에 맞춰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제국은 말기로 접어들면서 국가 유지와 라마교 행사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교초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은 태환 기능을 잃은 교초는 물가 상승을 가져왔고, 이는 원 제국 멸망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 지금까지 채굴된 금 15만8000t


금도 다른 여러 가지 재화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값이 오르내린다. 최근의 금값 상승 역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함으로써 일어났다.

세계의 금 수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970t이며 장신구(50.8%), 투자(37.5%), 산업용(11.7%)으로 용처가 나뉜다. 문제는 장신구와 투자용 금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많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과 인도의 경우 국민들의 금 선호도가 높지만, 선진국에 비해 1인당 금 보유량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금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리려 하는 것도 수요 증가의 요인이다. 중국 정부의 금 보유량은 1054.1t으로, 미국(8133.5t)은 물론이고 독일(3401t)이나 이탈리아(2451.8t)보다도 적다(세계금위원회·WGC 2011년 8월 자료). 여기에다 금값 상승에 따른 민간의 금 투자도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금의 공급량은 수요와 반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채굴된 금은 약 15만8000t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굴할 수 있는 금의 양이 6만∼7만 t이라고 본다. 게다가 함량 높은 양질의 금맥이 줄어 채굴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금 공급이 늘면 당연히 금값이 떨어진다. 금을 화폐로 썼던 예전에는 통화량 증가로 물가 폭등이 일어나곤 했다. 스페인의 남미 정복 이후 신세계에서 유입된 금과 은은 유럽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1998년에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진 ‘금 모으기 운동’ 덕분에 국제 금값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 금에 비해 저평가된 은

금과 은은 귀금속의 대명사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금과 은의 교환 비율을 정해 거래에 반영해 왔다. 1792년 미국 화폐법은 은 27g과 금 1.7g의 값을 동일하게 정했다. g당 가격 기준으로 약 1 대 15.9의 비율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비율이 1 대 ‘4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것은 금값 상승은 물론이고 은값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중국의 쑹훙빙 환추(環球)재경연구원장은 최근 발간한 ‘화폐전쟁3’에서 “금의 가치가 계속 상승한다면 은은 더욱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중국에 은 투자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은은 국가 간 무역의 화폐로 많이 활용됐다. 예전에는 아랍권과 중국이 은본위제도를 운영했지만, 세계 패권이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금본위가 득세하게 됐다. 아편전쟁은 중국에서 차(茶)와 도자기를 수입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던 영국이 적자 보전을 위해 아편을 판 것이 발단이 됐다. 영국은 중국에 수입품 대금으로 은을 지급했고, 중국에만 일방적으로 은이 계속 쌓여갔다.

그렇다면 앞으로 금값과 은값은 어떻게 될까. 많은 전문가는 달러 약세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금값이 올해 말엔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른다고 봤고, 스탠더드차터드(SC)는 금값이 앞으로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값 상승세가 실수요가 아닌 기대수요에서 나왔으며, 세계 경제가 안정되면 급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은은 금보다 산업용 원자재 성격이 강하며,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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