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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종말]땅굴 통해 사라진 카다피… 北김정일 탈출 통로는 어떨까

동아일보

입력 2011-08-26 03:00:00 수정 2011-08-26 12:04:12

평양~묘향산별장 땅굴 수백km… 숲속엔 은폐路, 압록강 밑엔 터널

행방이 묘연한 무아마르 카다피는 수도 트리폴리가 반카다피군에게 넘어가자 지하 땅굴을 이용해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군에게 생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가 외신기자들이 모여 있는 호텔에 나타나 신출귀몰한 행보를 과시한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도 땅굴로 통행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느 때 무너질지 모르는 장기 집권 독재자들에게 ‘도주로’는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최후의 방패. 과연 김정일의 도주로는 어떨까. 카다피를 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주도면밀한 도주로를 갖고 있는 그의 탈출 통로를 각종 증언을 통해 조명해 본다.

○ 거미줄 같은 지하땅굴망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2009년 평양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 300m 깊이의 거대한 김정일 전용 지하땅굴에 대해 증언한 적이 있다. 황 전 비서는 “수십 년 전 평양 지하철과 연결된 비밀 지하땅굴에 직접 가봤다”면서 “지하철에서 다시 150m 정도 더 내려갔다”고 말했다. 평양 지하철은 핵 공격에 대비해 지하 100∼150m에 건설돼 있다.

김정일 측근에서 생활했던 또 다른 탈북자 A 씨도 “땅굴로 평양 어디나 이동할 수 있다”면서 “특히 유사시 폭격을 피하고 도주를 쉽게 만들기 위해 학교, 병원, 호텔 등 대규모 민간시설에 땅굴 입구를 연결해 놓았다.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증언했다.

땅굴망은 평양 시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100km가 훨씬 넘는 평안북도 향산군까지 땅굴이 건설돼 있다. 황 전 비서는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약 40km 떨어진 (평성) 자모산까지 땅굴로 가봤는데 지하 굴속에 깨끗한 샘물과 새파란 풀이 존재했다”고 회상했다. 이 땅굴은 순천, 영원을 거쳐 평안북도 묘향산 별장까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약 40km 떨어진 강동군 별장과 서해안 남포까지도 땅굴이 연결돼 있다. 만약 강동 별장에 위기 상황이 닥치면 인근 북한군 최고사령부 지하 지휘소로 옮겨가 상황을 지휘하다가 최후의 순간엔 남포까지 80km를 땅굴로 이동해 잠수함 등을 타고 해외로 도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 각종 군용 지하터널, 항공 공습에 대비해 전국에 세밀하게 건설된 대피 터널들도 도주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김정일 도피로는 철저히 비밀리에 관리되기 때문에 고위급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 있다.

○ 김정일 전용 ‘은폐도로’

북한에는 김정일만 이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도 여러 개 존재한다. ‘은폐도로’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게 평북 향산군 북신현리에서 창성군 약수리 김정일 별장에 이르는 길이 120km가량의 고속도로다. 이 도로는 1987∼1991년 폭 3m로 완성됐다. 하지만 좁고 굴곡이 심하다는 김정일의 불만이 있자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기간에 폭을 6m로 확장하고 굴곡도 없앴다. 도로 표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일일이 인부들이 손으로 시멘트 바닥을 다졌다고 할 정도다.

은폐도로는 김정일만을 위해 건설됐기 때문에 차로가 없다. 또 인공위성도 감지할 수 없도록 주위에 잎갈나무 숲도 조성했다. 아무리 높은 간부라도 이 도로를 타면 즉시 해임되며 심지어 사살되기까지 한다. 한 탈북자는 “한번은 협동농장 트랙터가 도로에 들어섰는데 호위국 군용차 3대가 뒤따라가 벼랑 아래로 (트랙터를) 굴려 버렸다”고 증언했다. 이 도로는 압록강변에 있는 창성군 약수리 김정일 별장과 이어지며 다시 지하터널로 압록강 밑을 지나 중국과 연결된다고 한다.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면 평양을 떠나 땅굴과 은폐도로를 번갈아 타며 몇 시간 만에 중국으로 도주할 수 있는 것이다.

함남 단천과 양강도 혜산 사이, 평북 동림과 의주비행장 사이에도 은폐도로가 있다는 것이 탈북자 증언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전체 규모는 베일에 가려 있다. 어쨌든 땅굴과 은폐도로, 하늘과 바다를 이용한 탈출까지 고려하면 김정일은 수백 가지의 도주 옵션을 갖고 있는 셈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재스민 혁명’이 발발한 뒤 김정일, 김정은 부자는 각 시군에 ‘폭동진압 특수기동대’를 신설하고 가장 신임하는 호위부대원들을 유례없이 국경에 파견해 외부와 연락하는 사람들을 뿌리 뽑고 있다고 한다. 소요는 초기에 진압해야 하며 외부와의 연결을 철저히 끊어야 한다는 교훈을 재스민 혁명을 통해 얻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주목하는 카다피의 도주 행각을 보며 김정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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