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도 못연 주민투표]野3당 똘똘, 여권은 분열… 서초-강남만 33.3%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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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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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높았던 33.3%의 벽

처음부터 힘든 싸움이었다. 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개표 기준인 33.3%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평일 치러지는 정책 투표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33.3%인 279만5760표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얻은 268만9162표(전체 유권자의 33.4%)보다 많은 수치다. 결국 이날 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 투표 불참 운동 큰 효력 발휘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표는 208만6127표로 전체 유권자의 25.4%였다. 오 시장을 뽑지 않은 서울시민 중 71만 명 이상이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지지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대선처럼 국가적 이슈가 되는 선거에서도 당선자가 얻기 어려운 표였다.

결정적인 것은 야당의 투표 불참 운동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의 급식안은 서울시의회의 ‘전면적 무상급식안’보다 두 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었다. 개표가 가능한 투표율만 나오면 오 시장의 승리가 예상됐다. 이 때문에 야당은 투표 불참 운동에 전력투구했다. 전면적 무상급식안에 찬성하는 유권자는 투표장에 나오지 않고도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오 시장은 투표 무관심층과 야당 안 찬성층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투표일을 3일 남겨둔 21일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건 것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 시장은 투표율을 5%포인트 안팎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종 투표율은 25%를 간신히 넘는 데 그쳤다. 서울시와 한나라당은 시장직을 걸기 전에 투표율이 25%는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 아군은 총질, 적군은 오월동주

투표율을 높이지 못한 데는 예상치 못한 ‘아군의 공격’도 한몫했다. 친이 친박에 개혁파까지로 분파돼 있는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각 계파가 정략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것을 우려하는 친박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했지만 친박은 요지부동이었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서울시민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지원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 말은 결국 오 시장에게 ‘싸늘한 비수’가 됐다. 30∼35% 선인 한나라당 지지율을 감안하면 정말 여당이 움직인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반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은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한 덩어리로 뭉쳤다. 결국 똘똘 뭉친 상대에게 융단 폭격을 당하고 아군으로부터 소총과 포격을 맞은 상황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강남만의 ‘오세훈 구하기’는 역부족

강남 3구는 예상대로 오 시장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냈다. 최종 투표율은 강남구 35.4%, 송파구 30.6%, 서초구 36.2%였다. 이 수치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얻은 득표율(강남 30.6%, 송파 27.7%, 서초 32%)보다 높은 것이다.

반면 비강남권인 금천, 관악, 강북 등의 투표율은 낮았다. 금천 20.2%, 관악은 20.3%에 머물렀고 강북 21.7%였다. 강남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15%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오 시장은 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강남 3구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여러 가지 벽에 막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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