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데이비드 소로 ‘월든’ 18년만에 재번역 출간한 강승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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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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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spring)을 봄이라 오역… 얼굴 화끈거렸죠”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 수필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월든’ 개정판(은행나무)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1993년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뒤 지금까지 3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이번 개정판을 번역한 강승영 씨(67)는 18년 전 이 책을 처음 완역했던 주인공. 40여 년째 ‘월든’에 빠져 있는 그는 2004년부터 6년여 동안 소로를 연구하는 미국 학자들과 수십 통의 e메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단어와 문장 400곳 이상을 수정했다. 현재 미국 시애틀 근교에 사는 강 씨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재번역을 포함해 월든 번역에 후반기 인생 전체를 바쳤다”고 했다.》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 ‘월든’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인생 후반기를 바쳤다는 강승영 씨(67)는 “소로는 주위에서 뭐라하든 자신의 철학에 따라 살았다”고 소개했다. 강승영 씨 제공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 ‘월든’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인생 후반기를 바쳤다는 강승영 씨(67)는 “소로는 주위에서 뭐라하든 자신의 철학에 따라 살았다”고 소개했다. 강승영 씨 제공
‘월든’은 저자 소로가 1845년 월든 호숫가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자급자족한 2년여의 삶을 담은 책. 톨스토이와 간디에게 큰 영향을 준 책으로도 알려졌다.

강 씨는 대학 2학년 때 처음 이 책의 원서를 접했다. 이후 마음의 번민이 생길 때면 항상 이 책을 펼쳤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좋은 책이 왜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는지 안타까웠다. 30년 가까이 지난 후, 개인 사업을 정리하고 여유가 생기면서 그는 직접 이 책을 번역하기로 결심했다.

1992년 1월 그는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도서관에서 각종 자료를 수집했고, 책의 배경인 월든 호수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시를 답사했다. 귀국 후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번역에만 몰두했다. 특히 낯선 새와 동물 등의 이름을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했다. 부엉이와 다른 올빼미의 울음소리를 알기 위해 조류학자에게 묻기도 했다.

1993년 5월 강 씨는 이레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 월든 완역판을 출간했다. 호평이 이어졌고 출간 첫해에만 3만5000부 넘게 팔렸다. 하지만 그는 1995년 출판사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소로와 월든을 알리는 일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지만 월든은 그 뒤에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출판사에서 제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초판을 고쳐 이른바 ‘개정판’을 냈어요. 그래서 제가 잘못 고친 데를 되돌려놓고 20여 군데를 새로 수정해 2004년 개정 2판을 냈죠. 그 과정에서 초판에도 개선할 점이 많음을 깨달았어요. 찬찬히 재검토해 제대로 된 개정판을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전 번역을 다시 읽어 보니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오역이 적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월든 호수는 한 번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해야 할 것을 ‘(월든 호수는) 단 한 번의 봄도 빼놓지 않았다’로 번역했어요. 샘 또는 봄이란 뜻을 지닌 ‘스프링(spring)’을 잘못 해석한 거죠. 초판 발행 당시 방송에 나가 이 문장을 참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칭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강 씨는 월든에 대해 “2011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산소 같은 책”이라며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을 숙독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소로는 주위에서 뭐라 하든 말든 자신의 철학에 따라 인생을 살았습니다. 저도 출세와 금전에 대한 욕망이나 사람에 대한 원망 등이 생길 때마다 월든을 읽으며 마음을 진정시켰죠. 더 많이 취하는 게 아닌, 더 많이 버리는 삶을 배울 수 있었어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덕목 아닐까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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