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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제조사 손에 넣은 구글, 제2 아이폰쇼크 몰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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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제조사 손에 넣은 구글, 제2 아이폰쇼크 몰고 오나

김상훈기자 입력 2011-08-16 03:00수정 2015-05-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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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공룡’ 13조5000억원에 모토로라 인수 파장 15일 오전 4시 35분(현지 시간),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가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다. 이 글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요동쳤다. 구글이 125억 달러(약 13조5125억 원)를 들여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모토로라는 현재 휴대전화 사업부인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통신장비 사업부인 모토로라 솔루션스의 두 회사로 나뉘어 있다.

워낙 큰 액수의 인수 계약이라 그 배경에 대해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구글은 공식적으로는 “특허 때문”이라고 밝혔다. 페이지 CEO는 이번 인수에 대해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강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같은 회사의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의 후폭풍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 구글이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탈바꿈한다면 경쟁사로서는 ‘아이폰 효과’로 IT 산업을 뒤흔들었던 애플 못잖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모토로라의 특허가 탐나다

구글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회사다. 지난해에만 48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올해에도 이미 17개의 회사를 사들였다. 하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구글로서도 도박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규모 때문이다. 구글은 대부분의 돈을 인터넷 광고로 벌어들이는데 이 기술을 가진 더블클릭이라는 회사를 인수할 때 31억 달러를 썼던 게 역대 최대 인수가격이었다. 하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가격은 더블클릭의 4배다. 게다가 구글은 인수금액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한국 돈으로 13조 원이 넘는 금액을 구글이 아낌없이 투자한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특허 소송으로 인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는 그동안 애플, MS, 노키아 등으로부터 줄줄이 공격당했다. MS는 세계 최대의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 특허사용료로 안드로이드폰 한 대에 15달러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했으며 2위 업체인 대만 HTC에도 비슷한 조건을 요구했다. 구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두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지만 휴대전화 및 OS 분야에 뒤늦게 진출한 구글은 파트너를 방어할 특허가 부족했다.

애플도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로 제소하고 나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삼성전자가 베꼈다는 것이지만 이는 안드로이드 OS의 고유한 특성을 공격한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개하기 때문에 MS와 애플은 구글 대신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걸고 넘어졌다. 특허는 공개 기술이라 누구나 보고 참조할 수 있다. 영리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로열티도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만든 업체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 구글은 특허전쟁에서 MS, 애플 등의 경쟁사보다 단숨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특허전쟁은 냉전 시대의 무기 경쟁과 닮아서 특허를 많이 보유하면 상대방을 맞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로 안드로이드 특허를 지킬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HTC, LG전자 등도 지켜줄 수 있게 된 셈이다. 구글이 이런 방어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이런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로열티를 적게 내는 MS의 윈도폰 OS를 사용하기 위해 구글에 등을 돌릴 확률이 높다.

○ 불안한 안드로이드 연합군

페이지 구글 CEO가 “안드로이드는 앞으로도 무료로 공개될 것이며 모토로라는 지금처럼 별도 조직으로 스마트폰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 온 회사들은 불안하다.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아 경쟁자가 아니었던 구글이 이제는 가장 거대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스마트폰을 직접 기획하고 판매한 적이 두 차례 있다. 첫 번째는 ‘넥서스원’이라는 스마트폰을 대만 HTC에서 위탁 생산했고, 두 번째는 삼성전자에 ‘넥서스S’의 생산을 부탁했다. 제품도 단 두 종류였고, 많이 팔기 위한 목적보다는 이를 ‘레퍼런스폰’(기준 제품)으로 삼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이번에 인수한 모토로라가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를 차지한 주요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수 덕분에 구글도 애플처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기업이 됐다. 바꿔 말하면 구글이 직접 만드는 스마트폰의 품질이 과거보다 훨씬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이런 시장변화에 대응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안드로이드 특허를 방어해준다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 온 국내 업체는 단기적으로 이익을 본다. 특허전쟁에서 삼성전자를 괴롭히던 MS와 애플이 앞으로는 구글과 직접 다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구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고, 미래에 구글이 마음을 바꾸는 데 따라 국내 업체들의 사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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