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사회적 편견부터 고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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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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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 정신건강의학과 改名… 진료분야 뭐가 있나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바꿈에 따라 병원 간판이나 종합병원 진료 과목에 ‘정신건강’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곳이 늘고 있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없애고 진료 분야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한 시도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바꿈에 따라 병원 간판이나 종합병원 진료 과목에 ‘정신건강’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곳이 늘고 있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없애고 진료 분야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한 시도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정신과 하면 흔히 정신분열병, 우울증 등 중증 질환을 떠올린다. 그 때문에 심리적인 병원 문턱이 아주 높다. 정신과 환자라는 낙인이 두렵기 때문이다. 최근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바꿨다. 정신과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다. 정신과가 다양한 진료를 하는 분야임을 알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 오병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정신의학이 발달하면서 정신질환의 치료를 넘어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진료 분야를 추려봤다.

▽ 정신건강검진 서비스=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임원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업에서 임원의 영향은 막대하다. 그만큼 임원이 받는 유무형의 압박감은 크다.

이 프로그램은 임원의 정신건강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스트레스 상태를 전반적으로 검사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정신건강 프로그램에는 스트레스와 관련해 △자각 증상 설문조사 △자율신경계 기능 상태를 측정하는 기계 검사 △성격 유형 검사가 포함돼 있다. 최근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 등 다른 대형병원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스트레스 검진은 자신의 스트레스 상태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수험생과 평범한 직장인도 많이 이용한다. 각자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배울 수도 있다.

▽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mploy Assistance Program·EAP)=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화 속도가 빠른 요즘, 직장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실제 직장인의 95%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적절한 도움을 못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AP는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EAP는 스트레스 상담 이외에 대인관계 기술이나 의사소통 교육, 부부 또는 자녀 등의 가족 문제 컨설팅까지 포함한다.

개인 차원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 계약을 하고 자사의 직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사회복지학, 산업심리학 등의 관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국EAP협회가 조직됐다.

▽ 자살과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수면클리닉=국내 수면의학은 정신과 의사가 처음 도입했다. 불면증을 동반한 우울증이 그렇지 않은 우울증보다 자살률이 높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면 불면증이 따라온다. 심하게 코를 골다가 숨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은 심장병, 뇌중풍(뇌졸중)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기면증은 학업능력 저하를 유발한다. 불면증, 피로감, 졸음 등의 다양한 수면 질환을 치료할 때 정신건강의학 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대학병원을 포함해 수면클리닉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운영하고 있다.

▽ 치매=치매는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 신경과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제 질병분류의 정신과 진단체계에서 첫머리에 등장하는 질환이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와 달리 치료법이 많이 발전해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높다.

치매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기억력 장애를 비롯한 인지기능 장애다. 또 우울, 불안, 초조 심지어 피해망상 같은 행동 및 심리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 또한 정신건강의학과의 중요한 업무다.

치매는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환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치매를 진단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전공의 수련 기간 내내 이런 증상을 파악하고 변화를 관찰하는 훈련을 받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약물치료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 안정, 생활환경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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