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 ‘대세남’ 차승원, “변태연기 거부감 없어”…마라톤 인터뷰①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5일 11시 08분


코멘트

●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대사가 좋아
● 카메오 중 제일 웃긴 사람은 "승기! 승기!"
● 제일 좋아하는 독고진? "변태 독고"

차승원은 독고진의 대사 중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독고진에게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차승원은 독고진의 대사 중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독고진에게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세남' 독고진 아니, 차승원(41)을 만났다. 그는 최근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에서 거만한 톱스타 독고진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차승원이 연기한 독고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서 10억씩 받고 CF를 찍는 배우다. 하지만 사석에선 "난 특별한 독고진이야"라며 억지 부리기 일쑤다. 한물간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공효진)을 짝사랑하면서도 "너 같은 걸 좋아한다고 어디다 말해? 소문내면 고소할 거야", "널 좋아하다니, 내가 너무 수치스러워" 라고 얄미운 말만 골라 한다. '최고사' 홍정은 작가는 차승원을 가리켜 "시치미 뚝 뗀 코믹 연기의 달인"이라고 했다.

사실 인터뷰 전 "까칠하기로 말하면 차승원이 독고진",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버럭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차승원은 상냥했다.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형부와 수다 떠는 처제가 된 것 같았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에 30분 늦은 그는 다음날에도 미안하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매너 있는 남자였다.

다음은 차승원과 나눈 일문일답(15일자 본보 지면 기사의 전문)이다. '재밌는 남자' 차승원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전달하고자, 최대한 육성을 살렸다.

▶ 너덜너덜 걸레가 된 대본… 남의 대사까지 외우는 노력파

드라마가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자동차, 음료, 청바지, 주류 CF를 줄줄이 꿰찼고, 24일에는 대만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현지 팬 미팅을 연다. Mnet 20's 초이스 시상식 2관왕을 차지하는 등 상복도 터졌다.

Q: 자동차 CF 잘 봤어요. 그림만 봐도 독고진 말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차승원 : CF 질감이나 색채가 좋았죠. '최고사' 마지막 회 촬영하느라 한참 피곤했을 때 찍었는데 괜찮게 나왔어요. 잘 찍어주신 덕분이죠. 체력적으로 바닥났을 때였는데도 몇 컷 안 찍고 끝났어요. 수염은 가짜수염 붙이고 찍었어요.

Q: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의 테러리스트 수장 손혁,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반란수괴 이몽학, '포화속으로'의 인민군 대장 박무랑 등 요 몇 년 간 어두운 역할만 하다가, 독고진을 했어요.
차승원 : '아테나'를 찍으면서 '이왕할거면 지금과는 다른 이미지를 하자', '말랑말랑한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드라마를 찍는데 내가 올인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아테나'는 촬영 기간도 길고, 중간에 쉬는 기간도 길어서 내가 뭘 찍는지 알 수 없었어요. 한 호흡으로 쭉 가는 걸해보고 싶었죠.

Q: '아테나'를 찍으면서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2년 전 '시티홀'(SBS) 때보다 얼굴이 상했다는 반응이 있어요.
차승원 : 추성훈 씨랑 결투한 거 외에는 고생한 건 없어요. 그냥 크게 하니까 보시는 분들은 힘들어 보였겠지. 오히려 '최고사'가 더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할리우드 액션 영화 정말 힘들어 보이잖아요? 암벽에서 떨어지고, 기차에 올라타고…. 그게 다 컴퓨터 그래픽(CG) 합성하고 배우는 시늉만 하는 거라 별로 안 힘들거든. 아주 밀도 있는 감정 신을 몰아서 찍으면 배우는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게 힘든 거예요.

Q: 하지만 팬들은 차승원 씨가 고생했다고 '아테나' 앞에 '망할'을 붙인 다음 줄여서….
차승원 : 아, '망테나'라고 하는 거?

Q: '아테나' 때 고생해서 볼살이 쏙 빠졌다는 건 헛소문이군요.
차승원 : 손혁 캐릭터 자체는 좋았어요. 당시 누아르적인 이미지를 화면에 담으면 어떨까 고민했었죠. 어찌 됐던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를 취득한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용상 리스크(risk)가 많았고, 지역적으로도 광범위하고, 땅에 안착한 얘기가 아니라서. 투자에 비해 드라마가 잘 안 된 거죠. 사실 첩보물이라는 게 우리나라엔 아직까지는…. 미국이라면 모를까.

Q: 한마디로 줄거리가 재미없었어요.
차승원 : 재미없죠.

Q: 차승원 씨 본진은 코믹이라고 생각해요. 모델 하던 1990년대 중반 노란색 이소룡 체육복을 입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 시내를 자전거로 돌아다녔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일본 개그 만화 '괴짜가족'도 아니고….
차승원 : 아닌데. 나 아닌데.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에요.

Q: 아직도 그 소문을 퍼뜨리는 분당인(盆唐人)들이 있어요.
차승원 : 누구예요? 고소해야겠네. 내가 그때 분당에 산 건 맞아요. 그런데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지도 않았어. 오히려 '신라의 달밤' 찍을 때 입고 다녔지.

Q: '최고사' 촬영 일정이 빡빡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꼼꼼함을 발휘하게 한 힘은?
차승원 : 대본이죠. 장치가 주효했죠. 대사가 좋고, 상황이 좋고.

Q: 홍자매 작가(홍정은·홍미란) 작품에는 처음 출연했는데 소감은.
차승원 : 일단은 힘든 건 힘든 거예요. 대사가 너무 많아. 그리고 해야 할게 많아요. 멜로도 하고 코미디도 하고. 그래도 힘들고 빡빡한 게 낫더라고.

Q: 공효진 씨는 2시간 씩 자면서 강행군했다는데, 차승원 씨는 하루에 몇 시간 잤어요?
차승원 : 한 3시간은 잤어요. 효진이가 초반부터 힘들었어요. 신이 많았고.

Q: 3시간씩 자면서 촬영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남의 대사까지 다 외워요?
차승원 : 저는 대본이 나오면 한 권을 다 외워야 연기가 되거든요. 앞에 나오는 대사를 이해해야 내 대사를 습득하니까,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해야지.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도 할 수 있는 거고. 대본 한 권에 기승전결이 있어요. 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연기하자는 게 제 모토예요.

Q: 언론에 나온 차승원 씨 대본이 아주 너덜너덜 걸레였어요. 대사에 끊어 읽기 체크돼 있고, 운율 주고, 깨알같이 필기 돼 있고.
차승원 : 그게 잘 보면 A4 용지예요. 제본된 건 너무 길고 많아서 못 갖고 다니겠어요. A4 용지에 한 신이 있으면 운율을 정하기도 쉽고. 그래서 대본을 신 별로 복사해서 다녀요. 나는 대사를 할 때 될 수 있으면 안 끊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끊어서 촬영을 하다 보면, 리듬을 잃어버려서 다음 대사가 안 나오니까. 완벽하게 숙지하고 카메라 앞에 서야 해요.

Q: '독도로독독 독고진', '구질구질 꾸애정' 등 말투도 아주 독특했어요.
차승원 : 대본을 보고 맞춰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대사 톤은 내가 할 때 불편하지만 않으면 돼요. 이렇게 한번 해보고, 해봐서 안 불편하면 다른 대사도 해 보고, 그래서 입에 잘 맞으면 그대로 가는 거죠.

'최고사'는 꼼꼼하기로 유명한 박홍균 PD와 열정파 차승원이 만났기에 촬영 강도가 상당했다. 1회에서 독고진이 구애정과 밴에서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은 100번이나 찍었다는 등 과장 조금 보탠 '전설'이 제작부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Q: : 박홍균 감독이 언론인터뷰에서 차승원 씨를 "완벽주의자"라고 했어요.
차승원 : 누가? 박 감독님이? 시간이 허락되면 한 대사도 톤을 바꿔 여러 가지로 해봐요.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걸 못하면 짜증이 나서. 그냥 놓치고 넘어가면 싫어요.
가령, 내가 최 기자와 이렇게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얘기하다가 전화가 와서 퇴장하는 신이 있어요. 난 등·퇴장까지 완벽하게 숙지해야 해요. 그래야 다음 동작이 연결되니까. 이 동작 따로 저 동작 따로 하면 다 꼬이는 거야. 등장하다 퇴장하고 바보가 되는 거지. 그게 싫어요. 내가 어떤 감정으로 밖에 나가는지 정확하게 계산해야 해요. 그리고 그걸 무수히 반복하면 계산이 아닌 게 되는 거지. 효진이는 나와 달라요. 그 애는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하니까.

Q: 공효진 씨와 연기 궁합이 잘 맞았잖아요?
차승원 : 처음에는 스타일이 틀려서 되게 어색했죠. 정확히 여기서 (대사를) 치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하면 끊고 맺음이 불분명해지니까. 서로 익숙해지니까 잘 맞게 됐어요.

Q: "띵똥", "극복", "충전" 등 명대사가 많았죠. 독고진 명대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는?
차승원 :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독고진에게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아.

Q: 다음 대사가 되게 모질잖아요?
차승원 : (독고진 톤으로 되새김질하듯) "너는 구질구질한 구애정이고." "너는 아무나 한의사야." "너는 구질구질한 구애정인데, 내가 이렇게 특별히 해주는 거야."

Q: 난 "MBS 독고진 스페셜 방송, 김명민 스페셜보다 길게 해 달라"는 대사가 웃겼어요.
차승원 : 웃기죠. 나도 웃었어요. (독고진 톤으로) "김명민보다 더 길게!" 대사가 웃겼어요.

Q: '최고사'에는 카메오 출연자가 많았어요. 김구라 씨도 있고, '독고진 CF 뺏어간' 김남길 씨처럼 사진만 나온 사람도 있고.
차승원 : (이승기에 대해 질문하라는 듯 재촉하며) 승기! 승기!

Q: 그럼 제일 인상 깊은 카메오는 이승기 씨?
차승원 : 승기가 정말 웃겼어요. 아니, 절대 안 그런 애가 내 흉내를 내니까. 그 애가 (독고진을 흉내 낸 이승기를 흉내 내며) "절대로 냉장고는 양보 못합니다." 이러는 데 얼마나 웃겨요? 승기답지 않잖아. 얼마나 착한데.

Q: 그 후에 이승기 씨는 평소 모습이 독고진이 아니냐고 오해까지 받고.
차승원 : 아니, 승기는 아니야. (웃음)

Q: 이승기 씨는 의외의 카메오였어요. 기획 당시 독고진 역 물망에 올랐잖아요. 이승기 씨가 독고진 역을 했으면 어땠을까요?
차승원 : 제가 독고진 역에 결정됐을 때 이미 모든 게 제 이미지에 맞춰지는 거니까. 승기가 하면 또 승기에게 맞춰졌겠죠. 잘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아니면 안돼", "어우, 내가 그거 거절했잖아"라는 건 아니라는 거지. 아주 구차한 표현이지. 자기가 했으면 더 낫나? 사실 '어떤 배우가 했으면 대박이 났다', '누가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기사가 많아요. 정말 그럴까.

Q: 그럼 차승원 씨 생각에 가장 재밌었던 신은?
차승원 : 나는 '뽀로로 마이크' 신이 좋았어. 뽀로로 거짓말 탐지기는 정말 기발했던 것 같아요. 소품 덕분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어져서. 그리고 나이트클럽 신도 좋았어요.

'최고사' 4회에서는 데뷔 10주년 기념일을 나이트 밤무대에서 맞이하게 된 구애정과 그를 찾은 독고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출연 대기시간 승용차 안에서 곤히 잠든 애정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독고진은 나이트클럽 행사를 돈으로 사 버렸다.

Q: 나이트클럽 신 때 눈빛이 참 그윽했어요.
차승원 : ('명탐정 우사미짱' 같은 눈빛/미소)

Q: 홍자매 작가는 차승원 씨가 해골 스카프 매는 신이 좋았다며 "스카프를 그렇게 웃기고 멋지게 매는 사람은 독고진 뿐"이라고 했어요.
차승원 : 그래요. 볼 줄 아시네. 잘 아시네.

Q: 독고진이 변신을 참 많이 했어요. '간판 독고', '변태 독고', '청순가련 독고'…. 그 중 어떤 독고진이 제일 좋았나요?
차승원 : 그래도 독고한테 제일 어울리는 게 '변태 독고'야. 왜냐면 귀여운 '변태 독고'니까.

16회에선 제대로 된 '변태 독고'가 나온다. 독고진이 심장수술을 하다 죽을 걸 대비해 찍어놓은 유언 동영상을 누리꾼들이 '독고진 비디오'로 오인하면서 루머가 퍼진다. 내용인즉, 구애정이 세일러복을 입고 독고진을 유혹하거나, 꽁꽁 묶인 독고를 구애정이 밧줄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등 두 사람이 SM 플레이를 즐기는 장면이 독고진 비디오에 다 있다는 것. '최고사'에서 가장 에로틱한 장면이지만, 배우가 차승원과 공효진이라 배가 터질 만큼 웃기다.

Q: 고백하자면, 우울할 때마다 16회 구애정 상상 신에 나온 '독고진 비디오' 부분을 다시 봐요.
차승원 : 진짜? 아, 난 그런 연기에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 볼도 내가 칠한 거예요. CG가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 좋아서 빨갛게 상기된 얼굴. 그거 전에 2층에서 3번 정도 밧줄로 맞고 내려온 설정이거든요. 한참 상기돼서 구애정에게 "더 때려줘"라고 하는 거지.

Q: NG 없었어요?
차승원 : 나는 없었어요. 효진이가 많이 웃었지. NG 나고.

그의 말과는 반대로, 드라마 종영 후 MBC '해피타임' NG 스페셜에서는 그가 "구애정, 더 세게 때려줘"를 외치다 웃음보가 터진 장면이 나왔다.

Q: '변태 독고'가 구애정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수분크림을 발견하고 "꾸애정 냄새~♪"라면서 코 밑에 찍어 바르는 장면도 웃겼어요.
차승원 : (당시 연기를 재연하며) 원래 냄새는 이렇게 맡잖아요. 그대로 하기가 이상한 거야. 갑자기 생각난 게 손가락으로 콕 찍어서 '톡톡톡' 코 밑에 바르는 거예요.

Q: '최고사' 엔딩에서 "이런 드라마 만난 걸 영광인 줄 알아"라고 애드립 했는데, 왜 그랬어요?
차승원 : 그냥. 갑자기. 갑자기. 진짜 즉흥적인 애드립으로. 그 말에 별 의미는 없어요. PD가 OK 해서 나간 거고. 난 그 장면 찍고, 또 한 신이 남아 있었어요.

☞ 차승원 인터뷰 ②편에 계속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사진|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