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만규]한류와 혐한류는 종이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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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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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규 아주대 인문학부 교수
박만규 아주대 인문학부 교수
지난달 10일 SM엔터테인먼트의 프랑스 파리 공연 이후 유럽에서의 한류 열풍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공연도 대성공이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류는 아시아에 국한되었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매스컴에서 주로 다루었던 주제는 왜 유럽인들이 한국 가요를 좋아할까 하는 측면에 국한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유럽에는 없는 보이스밴드, 스타 제작 시스템, 보편성을 획득한 수준 높은 노래와 춤의 공존, 국적을 따지지 않는 열린 인재 등용 시스템, 광고 한 번 없이도 유럽에까지 퍼지게 한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의 위력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아니라 왜 우리가 유럽의 한류에 열광하는지를 차분히 따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에 대해 우리는 흔히 그 경제적 효과부터 생각한다. 반도체나 가전제품, 자동차가 아니라 이제 음악도 수출상품으로 떠올랐다는 점에 흥분한다. 또 하나는 국가이미지 혹은 국가 브랜드의 상승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국 정부가 한류의 확산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 상승과 그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실제로 초코파이와 라면 등의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한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를 통해 느끼는 우리 문화에 대한 민족적 자긍심 때문이다. 자긍심을 넘어 솔직히 의기양양함을 느낀다. 왜? 오랫동안 억눌린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이 유사 이래 이렇게 전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기양양함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보다 어쩌면 해외동포들이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한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매우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아시아 정복’이니 ‘유럽시장 공략’, ‘佛 점령한 K팝’, ‘K팝 전사들’이라는 언론 표현에서 이러한 태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공격적 표현들은 사실 그 자체로는 흔히 쓰는 수사법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근저에 우리 문화에 대한 의기양양함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올라온 것이라면 문제가 된다. 우리에게는 의기양양한 것이 현지인들에게는 우쭐거림으로 비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은연중에 드러나게 돼 있으며, 현지인들을 자극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는 이미 이러한 반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소위 혐(嫌)한류다. 유럽 현지 언론들도 벌써 한류에 대한 부정적 논평들을 내놓았다. 기획된 문화산업의 결과물이라는 점,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기획 공연 홍보 등이 연예기획사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점, 그리고 소위 노예계약과 성형수술에 의해 창출된 인공미 등에 관한 부정적 평가들이 그것이다.

문화현상이란 본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한다. 아무리 장점만 갖춘 것으로 보여도 단점은 장점의 피할 수 없는 이면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현지 언론의 비판을 반성의 기회로 삼지 않고 단점을 애써 외면하는 아전인수적 해석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혐한류를 만들어 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라서 현지인들에게 우쭐함으로 비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자. 현지 문화와 조화를 이루어 모처럼 형성되고 있는 한류를 친한류로 만들자.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로 유입되는 동남아 문화에 대해서는 포용적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 유럽에 들어가려는 한국 문화는 유럽을 점령하기를 바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이율배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한국 대중음악을 세계적 문화 자산으로 성숙시키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다.

박만규 아주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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