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실… 2015년부터 초중고 종이교과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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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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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과학 시간. 교실 앞에는 칠판 대신 터치스크린 형태의 전자칠판이 보인다. 교사의 책상에는 태블릿PC와 카메라, QR코드(격자무늬 스마트폰용 바코드)가 인쇄된 카드가 있다. 카메라로 카드를 비추자 전자칠판에는 도토리, 다람쥐, 뱀, 독수리로 이어지는 그림이 뜬 뒤 먹이 피라미드가 3차원(3D) 영상으로 구현된다. 뱀이 도토리를 먹는 다람쥐를 삼키고, 다시 독수리가 날아가 뱀을 낚아채는 모습이 생생하다. 학생들은 전자칠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미래의 교실이 아니다.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전국 130개 학교에서 이런 수업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 교실은 2015년부터 전국 초중고교로 확산된다. 종이 교과서가 디지털 교과서로 바뀌고 학생은 수준과 적성에 맞는 과목을 온라인 수업으로 들을 수 있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른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스마트 교육 추진전략’을 29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스마트 기기 확산에 따라 교실에 디지털 교육을 접목하겠다는 것이 뼈대. 이를 위해 2조2281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1세기가 지향하는 스마트 교육은 자기주도적으로 흥미롭게 수준과 적성에 맞춰 풍부한 자료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획일화된 입시교육에서 탈피해 개인별 특성에 맞춘 교육을 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첫 변화는 교과서의 디지털화다. 2014년에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는 모든 학년에서, 모든 과목의 교과서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뀐다. 어린 학생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다닐 필요가 더는 없는 셈이다. 종이에 인쇄한 교과서를 전자문서로 바꾼 e교과서와는 개념이 다르다. 기존 교과서 내용에 참고서 문제집은 물론이고 사전, 보충 학습 자료를 모두 담는다. 풍부한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포함된다.

디지털 교과서는 정형화된 형태의 교과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콘텐츠다. 소프트웨어를 개별 기기가 아닌 데이터센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 내용이 인터넷 서버에 저장되면 언제 어디서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불러내 사용할 수 있다. 종이 교과서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과부는 “2015년까지 디지털 교실을 위한 모든 환경을 갖춘다는 의미다. 학교별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당분간은 종이 교과서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QR코드 찍어 3차원 수업… 인터넷으로 수준별 시험… ▼

○ 온라인 통한 탈시공간 교육

교과부는 과목별로 온라인 강의를 마련해 학생들이 취향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듣도록 했다.

우선 질병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결석하는 학생부터 활용토록 할 방침. 이어 중고교에서 소수의 학생이 선택한 과목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교사가 부족한 과목도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는 한 곳도 없지만 수능에서 선택하는 학생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므로 온라인 강의가 효과적이다.

성취도를 측정하는 평가시스템도 달라진다. 교과부는 종이 시험으로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2015년부터는 토플처럼 인터넷기반시험(iBT)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똑같은 수준의 수업 내용을 모든 학생이 함께 듣고 같은 잣대로 시험을 치르는 데서 벗어나 학생이 온라인으로 원하는 과목을 듣고 시험을 치르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 산적한 선결 과제

디지털 교육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 디지털 기술이나 환경을 교육 그 자체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

예를 들어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기존 교육방식의 장점을 완전히 버려서는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과부의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도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스마트교육으로 가야 한다. 다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교육은 정서적으로 인품도 중요하고 사회성도 필요한데 스마트교육으로 가면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데 컴퓨터 앞에만 있으면 되겠느냐”는 걱정스러움도 내비쳤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8%나 된다. 93만여 명의 청소년이 인터넷에 중독된 상태. 디지털 교과서는 인터넷 중독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학생이 개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교과부는 “2015년쯤에는 보편적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갖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해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다만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해서는 스마트 기기를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저작권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교과서 ‘게재’에만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려면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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