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대한통운 인수 자문계약 일방 철회… CJ “손배소 등 법적대응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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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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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선 CJ그룹이 인수자문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증권은 대한통운 인수전 초기부터 CJ의 자문사를 맡았지만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계열사인 삼성SDS가 고객사인 CJ의 경쟁사가 됐으니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23일 통보했다. 27일 본입찰 마감을 앞둔 대한통운 인수전에는 포스코와 CJ그룹, 롯데그룹이 예비입찰에 참여해 삼파전으로 치러져 왔으나 CJ가 법적 대응에 나섬에 따라 안갯속에 빠져들게 됐다.

○ 요동치는 대한통운 인수전


삼파전 양상이 요동치게 된 것은 23일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삼성SDS가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 중인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산업은행, 노무라증권 등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 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18.98%와 18.62% 등 총 37.6%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 가운데 4.99%(114만617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같이 컨소시엄을 이룰 포스코는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SDS가 인수전에 뛰어들자 삼성증권은 CJ그룹 자문사 역할에서 손을 떼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CJ는 삼성증권의 행동에 대해 “뒤통수를 쳤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J 관계자는 “(자문사를 했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는 삼성 측의 계열사가 다른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건 심각한 배신행위”라며 “삼성증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자문계약을 철회함에 따라 CJ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본입찰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자문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CJ의 인수 관련 주요 전략이 경쟁업체인 포스코 컨소시엄으로 유출되거나 이미 유출됐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CJ의 대한통운 인수가격부터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 후 계획까지 자세히 알고 있다.

CJ 관계자는 “20일 열린 대한통운 인수전략회의에는 삼성증권 부장급 실무자가 참석해 인수가격에 대한 논의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CJ는 “우리가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했을 경우 누리게 될 이익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훨씬 더 커진다”며 “삼성증권에 대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확실히 묻겠다”고 말했다.

○ CJ “입찰 참여 않을 수도”


인수전 본입찰이 임박한 시점에서 자세한 인수 전략과 인수 금액 등 핵심적인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자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계열사가 입찰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자문계약을 철회하는 것은 상도의를 크게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로 금시초문”이라며 “같은 기업집단에 있는 금융사와 제조업체가 칸막이를 한다고 하지만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아주 크다. 잠재적이 아니라 현재 경쟁자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은행(IB)이 자문을 할 때는 전략, 가격 등 아주 깊은 얘기까지 다 하는데 삼성증권이 삼성그룹의 일원이기 때문에 ‘비밀 누출’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도덕적 책임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분명히 물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계열사가 인수전에 참여했기 때문에 도의적인 차원에서 자문계약을 철회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증권사의 IB파트는 내부에서도 정보공유를 막아 놓았기 때문에 CJ의 인수 정보가 밖으로 유출될 수 없다”며 “금융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정보가 유출됐다는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J는 올해 3월 삼성증권과 주간사 회사 계약을 맺기 전에 삼성그룹에 대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CJ가 삼성증권과 자문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현재 CJ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치열한 인수전에서 경쟁상대가 이미 CJ의 패를 모두 파악했을 여지가 많은 만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 CJ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전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삼성SDS의 참여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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