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 나온다]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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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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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사 심장세포 일부 회복”… “아직은 재생 아닌 완화치료 단계”

세계 의료진과 제약업체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2개 품목이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중이거나 끝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에 세계 처음으로 품목허가를 내줌에 따라 한국이 이 분야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식약청은 “임상심사를 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기준을 새로 만드는 등 노하우를 많이 축적했다”면서 “국내의 다른 줄기세포 치료제도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골수를 이용

에프씨비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이미 막힌 심장동맥 부위를 뚫는 스텐트 시술을 받은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대부분 치료가 늦어 심장세포의 괴사 부위가 크거나 괴사가 계속 진행되는 중증환자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뽑아낸 뒤 근육과 뼈처럼 신체기관으로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를 먼저 뽑았다.

이 세포를 3∼4주가량 키워 500만 개 정도로 만든 뒤 심장동맥에 직접 주입했다. 환자 본인의 세포라 면역거부 같은 합병증이 없는 점이 특징.

임상시험을 담당했던 최동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서 초음파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CT)을 한 결과 심장세포 괴사 부위가 일부 회복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줄기세포가 심장근육에 들어가서 새로운 혈관을 만들거나 일부는 심근세포로 바뀌었다고 추정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호전이 됐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치료제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내뿜는 박출량을 전보다 5% 향상시킨 정도로, 망가진 심장을 새롭게 재생시키는 획기적인 치료제나 만능 치료제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

이에 대해 김현수 에프씨비파미셀 대표이사는 “심장 박출률이 45% 이하로 떨어지면 합병증으로 인해 환자의 사망률이 급증한다”면서 “이런 환자 입장에서 보면 5% 정도의 상승은 사망률을 급격히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장기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품목허가와 시판 후 임상 혹은 재심사를 통해 계속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가이드라인 추진

이번 품목허가를 계기로 식약청은 국제 수준의 심사 및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우선 태국 방콕에서 7월에 열리는 국제의약품 허가 기준에 관한 협의체(ICH) 등의 국제 심포지엄에서 심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번 품목허가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더 좋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하루빨리 개발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기 때문.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는 “이번에 나온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단순히 키워서 아픈 부위에 넣어줘 증세를 완화시키는, 간접적인 치료제”라면서 “앞으로는 줄기세포가 병든 심장세포를 완전히 대신하는, 직접적인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눈에 띄는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식약청이 너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는 안전성과 독성에 문제가 없다면 임상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약효도 명확하게 검증한 뒤 허가를 내주는 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더 좋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세포 수를 늘리거나, 1회 주입 횟수를 2회로 늘려 심장 기능이 더 좋아지는지를 살피는 임상시험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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