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 시판 1년… 2분기 애플-노키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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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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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까지 스마트폰 무대에서 삼성전자는 보잘것없었다. 일반 휴대전화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그게 전부였다. 겉만 반짝해 금세 질려버리는, 한물간 아이돌 가수 같았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은 슈퍼스타였다. 손바닥만 한 기계에서 상상도 못 했던 온갖 아이디어가 끝없이 샘솟았다. 세계는 겉과 속이 꽉 찬 아이폰에 열광했고, 새로운 흐름을 알아채지 못한 삼성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2010년 6월,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세상에 나온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가 반전의 주역이었다. 소비자들은 궁금해했다. ‘아이폰과 견줄 만한가.’ 전문가들이 먼저 답을 내놓았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의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는 “갤럭시S는 아이폰의 경쟁자가 될 만하다”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궁합이 잘 맞고, 슈퍼아몰레드 화면이 인상적”이라고 썼다. 반신반의하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해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솟구쳤다. 지난해 1분기(1∼3월)에 4.8%에서 갤럭시S가 나온 직후 3분기(7∼9월)에는 9.3%로 늘어났다.

올해 4월 갤럭시S2가 나온 뒤 시장은 더 빠르게 반응했다. 올해에는 애플과 노키아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년 만에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셈이다.



○ 의사결정 ‘속도’가 승부 갈랐다

갤럭시S
갤럭시S2는 시판 두 달 만에 국내에서만 150만 대를 돌파했다.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갤럭시S2가 갤럭시S 세계 판매량(1600만대)을 뛰어넘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무라금융투자는 갤럭시S2의 선방을 보고 3월 기존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가 2분기(4∼6월)에 애플과 노키아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3분기에는 시장점유율 20%를 넘어 확실한 리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영증권도 “2분기에 삼성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1950만 대로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며 “4분기(10∼12월)에는 노키아가 15년째 지켜온 휴대전화 1위까지도 넘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1년 만에 스마트폰 리더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속도’라고 분석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남보다 빠르게 구글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자체 OS인 ‘바다’를 주력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의 경쟁자는 애플과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사까지 포함한 거대한 ‘애플 생태계’였다. 그만한 생태계에 대항하려면 구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다폰은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반면 노키아는 자체 OS ‘심비안’에 집착하며 1년 이상 시간을 끌다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플랫폼 경쟁에서는 애플과 구글에 뒤처졌지만 노키아와 달리 빠른 의사결정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기타’ 스마트폰의 거센 도전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올해 갤럭시S2의 돌풍은 애플 아이폰5의 부재도 한몫했다. 게다가 삼성은 아직 태블릿PC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갤럭시탭 목표 판매량인 750만 대를 달성하더라도 시장조사기관이 예측하는 아이패드 판매량 약 3500만 대에는 못 미친다. 애플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이어주며 고객을 자사 상품군에서만 머물게 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도 갤럭시 시리즈를 이어주며 소비자를 붙들려 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태블릿PC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삼성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독’이 될 거라는 지적도 있다. 공짜 OS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아 언제 어디서 강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저가를 무기로 하는 아시아의 ‘무명’ 제조사들이 급성장해 세계 모바일 기기 점유율에서 최근 ‘기타(others) 제조사’가 2009년 16.5%에서 2010년 30.6%로 늘었다. 이채기 가트너 이사는 “브랜드 없이 초저가로 파는 중국의 ‘화이트박스’ 제품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노무라금융투자도 “안드로이드가 삼성을 도왔듯, 아시아의 무명 회사들의 이름을 날리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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