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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경철]‘서울대 법인화’ 선악대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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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경철]‘서울대 법인화’ 선악대결 아니다

동아일보입력 2011-06-14 03:00수정 2011-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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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서울대 법인화 문제로 학생들이 열흘 넘게 행정관을 점거하고 있다. 개교 이래 최대의 구조 변화를 시도하면서 이런 내홍(內訌)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학생과 일부 교수가 제기하는 문제는 분명 타당한 부분이 많다. 학내 구성원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 없이 짧은 기간에 근본적인 개혁을 하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문제점을 명확하게 제기하고 나선 학생들의 열정은 서울대가 더 건강하게 거듭나는 데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은 등록금 인상, 기초학문의 고사, 기업화 같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모두 오해의 소치다. 현재 법률안은 대학법인에 대한 무기한의 국가 지원을 의무사항으로 못 박고 있는데, 그렇게 한 중요한 이유가 바로 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기초학문의 보호 때문이다. 대학법인이 곧 회사라는 이상한 주장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모를 일이다. 법인은 종류가 다양하며 기업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현재 거론되는 법인화는 ‘국립서울대학교’를 ‘국립대학법인서울대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전히 국립대이되 자율성을 부여받은 국립대로 간다는 의미다. 교수 1800명과 학생 수만 명으로 구성된 학문공동체를 기업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

법인은 돈벌이에 치중하고 돈 안 되는 학문은 버릴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법인이 수익사업을 열심히 수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 말이 곧 기초학문을 고사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목표가 세계 명문대로 발전하는 것일진대, 한번 눈을 돌려 그런 대학들을 살펴보라. 세계의 어느 명문대가 문학과 철학, 역사를 버린단 말인가.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법인화 법안이 세심한 고려 없이 날치기 통과된 것은 가슴 아프지만 우리의 후진적 정치문화가 그런 것을 어쩌랴. 1987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에서 ‘서울대학교법’ 제정을 거론한 이래 25년 동안 꾸준히 요구했던 사항이 그처럼 성의 없이 처리되었지만 그것이 앞으로 대학 발전의 계기가 될지, 망하는 계기가 될지는 또한 우리 스스로 정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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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2000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학생총회를 성사시킨 다음 민주적인 투표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불법 점거를 결정한 것은 놀라운 아이러니다. 그렇게 대화 상대를 내쫓고 대화를 외치는 것은 한 편의 슬픈 코미디다. 그 안에서 일부는 TV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며 놀고 있고, 일부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다. 과거 폭력의 충돌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견해는 다르다. 점거한 곳에서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는 모습은, 자기 일에 대해서는 털끝 하나 손해 보려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거리낌 없이 폐를 끼치는 이기적 행동으로 보인다. 그 안에서 노래하고 공부하는 동안 누구는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고, 누구는 유학 가는 일에 차질을 빚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정당하지 못하면서 어찌 남에게 정당성을 요구할 수 있는가.

법인화 문제는 선악의 대결이 아니다. 누가 전적으로 옳고 누가 전적으로 틀릴 수 없는 문제다.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려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냉철하게 판단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생각도 잘 헤아려 경청해야 한다. 법인화를 추진하는 총장에게 국회에 가서 법인화 철회를 시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 모욕적인 싸움걸기에 불과하다. 총명한 지성은 어디에 있는가. 사태를 건설적으로 풀 열쇠는 이제 학생들에게 있다. 시대의 대세라는 게 있는 법이다. 학생과 교수, 대학본부가 함께 만나 이 시대의 큰 흐름을 타고 서울대가 웅비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축복 속에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주경철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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