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주장’ 본거지 日 시마네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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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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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마는 일본땅” 11곳에 홍보탑… 청사2층 자료실엔 관련 사료 빼곡

일본 시마네 현 다케시마자료실 한가운데에는 독도 입체모형이 있고 벽면에는 관련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이곳에선 1차 자료를 수집해 연구하고 책으로 발간한다. 마쓰에=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일본 시마네 현 다케시마자료실 한가운데에는 독도 입체모형이 있고 벽면에는 관련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이곳에선 1차 자료를 수집해 연구하고 책으로 발간한다. 마쓰에=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그 주장은 1990년대 후반 일본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2000년대 시마네(島根) 현이 행동에 나서면서 일본 내에서 확산돼왔다. 일본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영유권 주장의 한 축을 맡아온 시마네 현을 찾아 취재했다.

2일 오후 시마네 현 마쓰에(松江) 시 마쓰에역 광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이곳에 ‘竹島は わが國 固有の領土です(다케시마는 우리나라 고유영토입니다)’라고 쓰인 5m 정도 높이의 삼각형 홍보탑이 세워져 있었다. 탑의 다른 2개 면에는 ‘다케시마 돌아오라 섬과 바다’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과 어업의 안전조업 확보를’이란 문구도 보였다. 또 이 탑에는 독도가 시마네 현 북쪽의 오키(隱岐) 섬에서 157km 떨어져 있다는 지도도 보였다.

마쓰에역 광장에 있는 독도영유권 주장 홍보탑. ‘독도의 영토권 확립과 어업의 안전조업의 확보를’이라고 적혀 있다.
마쓰에역 광장에 있는 독도영유권 주장 홍보탑. ‘독도의 영토권 확립과 어업의 안전조업의 확보를’이라고 적혀 있다.
시마네 현은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이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이런 홍보탑을 현 내 11곳에 설치했다. 시마네 현 청사 앞과 구청 청사 앞을 비롯해 체육센터, 기차역, 오키 섬으로 가는 선박터미널, 이즈모(出雲)공항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시마네 현 청사 앞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문구들을 5, 6분에 한 번씩 하루 종일 내보내고 있다.

시마네 현에서 독도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조다이 요시로 현의원이 주동이 돼 ‘다케시마가 우리 땅’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의회 내에서 세를 얻기 시작했다. 이섭윤 재일민단시마네현지방본부 단장은 “당시에는 한 의원의 주장일 뿐이었으나 지금은 의회와 현청은 물론이고 전직 교사, 우익 인사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마네 현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체계적으로 생산, 유포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기구로 다케시마자료실을 꼽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웹다케시마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구를 관할하는 곳은 시마네 현 총무부. 그 부서 내에는 독도문제를 담당하는 관리관(과장급)까지 두고 있다.

2일 시마네 현 3호 청사 2층에 자리 잡은 ‘다케시마자료실’을 찾아봤다. 먼저 한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독도 입체모형. 벽면 서가에는 각종 독도 관련 자료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각종 일본 자료는 물론이고 ‘조선왕조실록’과 ‘독도자료집Ⅰ, Ⅱ’ ‘독도는 우리 땅’ 등 한국어 자료들도 보였다.

자료실 내 다른 방에서는 ‘최근 한국 측의 움직임에 대해’라는 특별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독도를 둘러싼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독도에 대한 관심을 보내달라는 게 전시회 개최 취지였다. 4월 19일 시작된 전시회에는 한국이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 등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면서 이들 구조물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외상에게 한국 정부에 항의해 달라고 보낸 시마네 현 지사의 요청문도 눈에 띄었다.

이곳을 찾는 이는 하루 평균 5.5명. 일반인들도 있지만 주로 전문가들이나 역사연구를 하는 대학생이 많다는 게 이곳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곳에서 만난 본고하라 다미오(盆子原民生) 고쓰(江津) 시의원은 러시아와 고쓰 시의 우호관계를 보여주는 그림이 들어 있는 책자를 찾아 복사하러 온 경우. 자료실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가 점령한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자료도 함께 모으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다케시마자료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1차 자료 확보. 나중에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위해 현 내 주민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독도에 관한 고문서 지도, 그림을 비롯해 사진이나 기록물, 지역에서 구전되고 있는 전설 등을 ‘사료’로 제공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시마네 현은 최근 다케시마자료실을 통해 교육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 내 초중학교에서 사용할 DVD 부교재를 만들어 독도 교육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도 관련 작문쓰기 대회를 열어 시상했다. 학교뿐 아니라 각종 단체나 강습회에도 강사들을 파견해 독도영유권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기하라 다카시(杉原隆) 다케시마문제연구고문은 “올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점을 가르칠 수 있게 됐는데, 이미 시마네 현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역사 부교재를 만들어 활용해 왔다”면서 “앞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화경 영남대 독도연구소 소장은 “시마네 현의 독도 홍보 및 교육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조직적이어서 두려울 정도”라면서 “우리도 이제 시민단체나 각종 연구단체로 갈라져 있는 독도 관련 연구나 목소리를 통합해가는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마쓰에=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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