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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만화]<9>웹툰 ‘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재 끝낸 최종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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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만화]<9>웹툰 ‘ 은밀하게 위대하게’ 연재 끝낸 최종훈 작가

동아일보입력 2011-05-23 03:00수정 2011-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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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입문… 처음엔 소질 없었대요”
남파 간첩 얘기를 코믹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최종훈 작가. 자기 작품에 카메오로 종종 등장하는 그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며 나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게 기른 머리에 마른 체구, 아무렇게나 눌러쓴 비니,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그리고 맨발. 하지만 느슨한 차림새와 달리 그의 눈빛은 어딘가 매서워 보였다. 북한 최고의 간첩이 남파돼 동네 바보 형으로 살아간다는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주인공 동구처럼.

최근 연재를 마치고 작업실에서 기자와 마주 앉은 최종훈 작가는 “처음엔 ‘은밀하게’라는 제목 때문에 성인만화일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동구는 어눌한 말투에 콧물을 흘리고 다니는 찌질이 간첩이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북한의 전설적인 비밀 부대에서 훈련받은 인간병기 ‘원류환’.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한다. “오래된 달동네의 바보 같은 동네 형이 알고 보니 간첩이라면 정말 웃기겠다는 생각을 했죠.”

동구의 정체가 북한의 비밀병기라는 설정은 긴장감을 고조시켜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어느 날 당에서 작전 지령이 내려오고, 바보 동구의 표정은 간첩 원류환의 그것으로 무섭게 변신한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밤 원류환은 골목에 몸을 숨기고 기다린다. 이를 모르고 엄마 손을 잡고 천진난만하게 다가오는 동네 꼬마 둘.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원류환이 골목에서 뛰어나와 타깃을 향해 달려간다. 독자들의 손에 땀이 날 무렵 원류환은 갑자기 동구로 변신해 바지를 내리고 대변을 본다. ‘완벽한 위장을 위해 남한의 인민 3명 이상 앞에서 대변을 볼 것’이 지령이었던 것.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연재 후반부에 나옵니다.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너무 소중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가족 같은 거요.” 동네 구멍가게에서 일하는 동구를 친아들처럼 여기는 가게 아주머니, 동구를 부려먹지만 친동생처럼 아끼는 가게 아들, 매일 동구를 놀리며 괴롭히면서도 친형처럼 따르는 개구쟁이 꼬마들. 산동네 사람들은 동구가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가족이었다. 끝내 당으로부터 버림받아 제거되는 순간에도 동구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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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모델이 된 산동네는 경기 부천시 계수동에 있는 산동네다. 계수동은 재개발을 위해 곧 철거될 예정이다. 최 작가는 간첩 얘기를 하면서 오늘날의 사회현실을 꼬집는다. “소외계층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우리 모습이 살짝 그려지죠.” 구멍가게를 상대로 물건을 강매하는 건달들, 부모 없이 어린 남동생을 키우는 동네 처녀를 건드리려는 직장상사 같은 악당들을 동구는 여지없이 응징한다.

최 작가는 1999년 만화 잡지에 단편 ‘킬러’를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만화가들에게 문하생으로 받아달라는 편지를 줄기차게 보냈다. 그를 거둬준 사람은 ‘힙합’으로 유명한 김수용 작가다.

“김수용 선생님과 심갑진 선생님이 저를 두고 ‘걔는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으셨대요. 제게서 뭔가를 발견하고 김 선생님이 받아주신 줄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누구도 선뜻 받아주려 하지 않았던 최 작가는 2008년 ‘샴’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다.

“다음 만화는 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유쾌한 작품이에요.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동물은 나오지 않아요. 궁금하죠?” 차기작은 다음 달 중순부터 포털 다음에 연재될 예정이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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