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린이책 캐릭터 남녀차별 의식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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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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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이브 교수 5618권 분석
주인공 남성 57-여성 31% 동물은 수컷 23-암컷 7.5%

어린이책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가운데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고 비중도 커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남녀의 중요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제기됐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재니스 매케이브 교수가 잡지 ‘성과 사회(Gender and Society)’ 최근호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세기 미국에서 나온 어린이책 가운데 주인공이 남성인 작품은 57%인 반면 여성은 31%에 그쳤다. 나머지는 성별 구분이 불가능한 동물 캐릭터였다. 매케이브 교수는 칼데콧상 수상작 등 1900∼2000년 미국에서 나온 대표적 어린이책 5618권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책 제목에 남성을 등장시킨 경우는 36.5%, 여성을 쓴 경우는 17.5%였다.

성별 차이는 동물이 등장하는 어린이책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전체 책 가운데 수컷 동물이 주인공인 사례는 23%인 데 반해 암컷 동물이 주인공인 사례는 7.5%에 불과했다. 특히 칼데콧상 수상작 가운데 암컷 동물이 ‘단독 주연’인 사례는 엄마 오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끼 오리들을 찾아서’ 단 한 권이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출판계에서 동물 캐릭터를 쓰는 것은 성 차별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인데 사실은 더 큰 차별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60, 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면서 어린이책에서 전반적인 성 차별은 줄어들었지만 동물 캐릭터에서의 차별은 여전했던 것.

매케이브 교수는 “어린이책에서의 성차별은 아이들에게 여자는 덜 중요하고, 남자는 특권을 가진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어린이책 시장은 영어권 책의 번역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국 어린이들 역시 이런 경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린이책 등장인물에 이런 성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여자 아이들은 남성이 주인공인 책을 읽지만 남자 아이들은 여성이 주인공인 책을 안 읽는다’는 고정관념이 한 원인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여기에다 중성적인 동물이 주인공일 때도 책 읽어주는 부모가 주인공을 남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영미권 언론은 연구 결과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어린이책의 이런 경향이 비디오게임, 만화 등 다른 매체와 연결돼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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