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거실 혁명’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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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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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폰으로 세탁기-냉장고-조명 등 모든 가전 켜고 끈다”‘안드로이드@홈’ 기술 첫선… 샌프란시스코 현장 가보니

14년 전 42세의 빌 게이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윈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거실의 중심은 PC”라고 예언했다. 그는 “아날로그TV는 디지털TV로 바뀌어 PC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될 테고, 그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통찰력 있는 예측이었다. 그 예측은 모두 맞았지만 한 가지가 틀렸다. MS는 이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

10일(현지 시간) 구글이 14년 전의 MS처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1’을 열었다. 49세의 구글 수석부사장 앤디 루빈은 이 행사에서 “휴대전화 업체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알람시계와 세탁기, 냉장고, 조명 등 모든 가전제품이 안드로이드 OS를 쓰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거실 혁명’을 외치던 빌 게이츠의 모습이 그 위로 겹쳐졌다. 하지만 구글은 MS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 스마트폰을 넘어 가정의 중심으로

이날 구글은 ‘안드로이드@홈’이라는 새 기술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이 휴대전화라는 기계에 OS라는 소프트웨어를 더한 것이듯, 안드로이드@홈도 가전제품에 안드로이드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그 대신 가전제품의 특성상 원가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안드로이드@홈 기술은 로열티를 받지 않고 무료로 공개되며 복잡한 기능 대신 간단한 통신기능만 담당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같은 안드로이드폰을 쓴다면 아침에 조명을 켜둔 채 나와도 밖에서 집 안의 전등을 스마트폰으로 끌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기상 알람에 맞춰 커피포트가 자동으로 작동해 물을 끓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과거 MS가 만들려던 ‘디지털 홈’ 또는 국내 가전업체가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이라며 만든 서비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비싼 가격과 불편한 사용법, 업체마다 따로 노는 비표준 기술 탓에 지지부진했다. 구글은 다르다. 우선 안드로이드가 무료라서 쿠쿠홈시스 같은 밥솥업체가 ‘안드로이드 밥솥’을 만들 때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다. 사용자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쓸 줄 안다면 가전제품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만 내려받으면 되기 때문에 복잡한 PC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 모든 업체가 안드로이드를 쓴다면 삼성전자 냉장고, LG전자 세탁기, 테팔 커피포트를 따로 쓴다 해도 자연스럽게 호환이 이뤄진다.

조 브릿 구글 기술담당 이사는 “집 안 가전제품을 모두 안드로이드화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게임을 할 때 사격 장면에서 집 안 조명을 번쩍이게 한다거나, 스마트폰 알람시간에 조명을 서서히 밝게 하고, 오디오에서는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게도 할 수 있다”며 “상상력을 발휘하면 훨씬 놀라운 일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모든 기기를 하나로

구글은 이미 TV 시장에 한발을 내디딘 상태다. 지난해 발표한 ‘구글TV’가 바로 안드로이드 OS를 쓰기 때문이다. 이날 구글은 이에 더해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안드로이드폰을 연결해 멀리 떨어진 친구와 운동장에서 달리기 경주를 벌이는 듯한 게임도 시연했다. 안드로이드폰의 움직임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물체를 움직이는 기술도 보였다. 안드로이드가 온갖 전자제품과 연결돼 때로는 리모컨으로, 때로는 모니터로 사용됐다.

이날 구글은 영화 대여서비스와 음악서비스도 선보였다. ‘구글 무비’는 구글TV와 안드로이드 기기를 이용해 영화를 빌려 보는 서비스다. 최소 1.99달러. ‘구글 뮤직 베타’라는 이름의 새 음악서비스는 자신이 산 음악을 인터넷에 저장한 뒤 스마트폰, PC, 태블릿PC, TV 등 어떤 기계에서든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최근 국내외 업체들이 앞다퉈 내놓는 ‘N-스크린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적용범위가 훨씬 넓다.

휴고 배러 구글 제품총괄 이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는 안드로이드 OS를 4분기(10∼12월) 내에 하나로 합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겠다”며 “그때가 되면 지금 꿈만 같다고 여기는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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