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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는 지구인]③2년째 서울지하철 답사하는 리즈와 찰리

기사입력 2011-05-09 15:45:36 기사수정 2011-06-08 10:20:30

● 서울의 맨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 떠난 지하철 여정…
● 외국인 여행가들의 서울 탐험기 '서울서브어번닷컴'(Seoulsuburban.com)


서울에 장기거주 하며 서울을 탐험중인 찰리와 리즈. 이들은 20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새로운 서울사람들이다(촬영 : Anthony Dell’Ario)
"동대문 지하철역 인근 창신동을 여행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서울의 맨 얼굴을 처음 만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지금도 가끔식 창신동 깃대봉 냉면집에 들리곤 합니다."(찰리)

"미국인들도 냉면이 입에 맛나요?"(기자)

"그럼요. 제가 아는 거의 모든 (장기거주)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음식이 바로 냉면이에요. 한국인들은 잘 모르던데, 가장 빨리 세계화될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찰리)

명동, 인사동, 덕수궁, 청계천, 남산타워…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역이다. 서울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정해진 코스를 따라, 혹은 의무감에 이 같은 유명 지역을 주로 찾곤 한다.

특히 이 같은 관광명소들은 영어나 일본어로 쓰여진 여행책자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한국여행 초심자를 불러들인다. 반면 이곳을 벗어나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뜸해진다. 관광지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서울을 두 번 이상 방문하는 이들도 급속하게 감소한다.

그렇다면 서울에 장기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어떤 곳을 어떻게 여행하고 있을까? 서울에도 숨겨진 명소들은 어떤 입소문을 통해 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일까?

■ 서울사는 외국인들의 서울 생생 탐험기…

리즈는 서울에서의 경험을 갖고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성장고자 노력중이다(촬영 : Anthony Dell’Ario)
리즈(29· Elizabeth Groeschen)와 찰리(29·Charlie Usher)는 2년전 이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6년 전 영어교사로 서울을 처음 찾은 이래 꾸준하게 서울의 관광명소를 체험했다지만, 여전히 한국의 진면목을 접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어가 부족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보다 자세한 서울 정보를 구하는 일은 언제나 힘겨운 숙제로 다가왔다.

2009년 말 서울에 장기거주를 결심한 이후 직접 한국과 서울에 대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스케치하기로 결심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서울의 지하철이었다.

"서울을 찾은 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점이 바로 서울의 공공교통 시스템이에요. 1달러에 원하는 어디라도 가장 빠르게 이동시켜 주잖아요. 서울에 도착한 첫날부터 감동 받았지 뭐에요. 판타스틱 하잖아요. 결국 우리여행도 이 지하철에서 시작하리라고 마음을 먹었어요."(리즈)

서울과 그 인근에만 지하철 역이 300여개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도 이 역들을 다 순례하는 일은 거의 없다. 서울사람들의 눈에 서울의 거의 모든 지하철역사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여행의 동반자는 한국에서 친구가 된 찰리라는 미국인 작가였다. 사진작가 출신인 리즈와 소설가 찰리는 서울 탐험을 위해선는 '환상의 커플'이 될 수 있었다. 리즈가 사진을 찍으면 찰리는 함께 여행한 지역에 대한 기록을 작성해 나가는 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2009년 매주 1개역을 잡아서 역 주변을 샅샅히 헤집고 다니자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이들은 계획하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 답게 치밀하게 시행됐다. 주말 오전 목표한 지하철 역에 당도하고는 이들은 역사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 나가면서 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번 답사한 인근 지하철 영역에 접하는 순간 답사를 끝마치는 패턴을 반복해 나갔다.

리즈와 찰리의 공동블로그 ‘서울서브어번닷컴’. “지하철역에서 서울을 발견하기”를 화두로 삼고 있다.
"이 자료들을 담아 내기 위해 2009년 말 '서울서브어번닷컴'(Seoulsuburban.com)이란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단순 관찰자에 그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스스로 한국에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꼈어요."(리즈)

그렇게 1년 반에 걸쳐 60여개 서울 지하철역과 그 주변을 섭렵해 나갔다. 처음에는 지하철 역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인근 재래시장, 맛집, 공원 등으로 확장됐다. 이들이 서울을 차근차근 기록해 나가자 자연스레 방문자도 늘기 시작했다. 한국어에 대한 영어 컨텐츠가 워낙 부족한 탓에 이들의 서울탐방기는 순식간에 인기 블로그로 떠오른 것이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영문판 'SEOUL 매거진'에 기고를 하고 교통방송(TBS)에 출연해 서울의 지하철에 대해 집중적인 소개를 합니다. 예전에 살던 도시에서 해본적이 없는 가장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프로젝트에요."(찰리)

■ 사진작가인 리즈, 여행작가인 찰리의 서울생활

찰리는 서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로 활동하기를 희망한다.
찰리와 리즈는 29살 동갑내기 미국인이다. 물론 이들은 미국에서 서로를 알지 못했고 서울생활을 하며 순전히 '서울여행기'을 위해 의기투합한 동지일 뿐이다. 국적 빼곤 닮은 점이 없어 보이지만, 지독하게 여행을 좋아하는 점만큼은 서로 닮아있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태어나 시카고 로욜라 대학을 졸업한 리즈의 세계여행은 20세 초반부터 시작됐다. 사진과 비디오 아트를 공부했던 그는 일찍부터 프랑스와 체코 등지 돌아다니며 사진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2006년 서울에 도착한 그는 동서양이 묘하게 조합돼 있는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만다.

"당시 2년간 서울의 사립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진작업을 했어요. 그리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꼭 다시 한국에 와서 제대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9년 부천의 초등학교로 다시 올 수 있었어요. 두 번씩 특정 국가를 찾는 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에요."

찰리 역시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특이한 케이스다. 위스콘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 역시 호주와 뉴질랜드 등 아시아 태평양 각국을 돌며 작가활동을 하던 도중 2005년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머문적이 있다. 그 역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가 계속 여행하기 위해 2009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서울은 제가 경험했던 수많은 거대 도시 가운데서도 특히 매력적인 도시에요. 수많은 친구들, 특히 음식이 그리워서 다시 찾게 됐어요. 두번째 방문이니 만큼 조금 더 서울을 알고 싶어서 세밀한 여행을 계획한 셈이에요."

서울에 대한 꼼꼼한 영문 리포트 ‘서울서브어번닷컴’에 찍힌 서울의 이색적인 모습들. 한국인과 외국인의 시선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의 여행기는 '정통 여행정보'라기보다는 한편의 '차분한 에세이'를 읽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진과 글의 수준이 이전의 어떤 자료보다 성실하고 시적이다. 특히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모습이라 홀대받는 풍경들이 이들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창적인 그림으로 가치를 평가받는다.

서울사람이라도 쉽게 가보기 힘든 서울 중심가의 수많은 전통시장(방산시장 광장시장 등)은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다. 그러나 블로그 명칭(서울의 도시와 시골이라는 뜻)답게 이들은 우리내부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전통과 근대의 경계선에 집중한다.

지하철 역 어디에나 널부러져 있는 여성 스타킹을 신은 마네킹, (유럽에는 볼 수 없는)지하철표 서양식 과자 '와플', 서울의 경계선에 위치한 쪽방촌 그리고 초고층 빌딩,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동거하는 대림역, 불교와 기독교의 기묘하게 동거한 서울…

"제 사진을 지나치게 '이국적이다'고 평가해주시는 한국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당신이 미국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면 그것 역시 결코 미국적이지 않을 거에요.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모습에서 더 강한 인상을 받기 마련이거든요."(리즈)


사진작가인 리즈는 세계 여러도시에서 수차례 전시이력과 권위있는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력을 지닌 정식 사진작가다.

찰리 역시도 자신의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로 활동하기를 희망한다. 이들의 꿈은 머지 않은 장래에 자신들이 해석한 서울을 주제로 한 전시회나 출판물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이들의 도전은 서울에 장기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이들의 관심이 인사동 같은 명승지에서 일상적인 생활 반경으로 확대됐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서울을 찾는 외국인 젊은이들의 폭이 다변화 됐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이들의 기록을 21세기판 '하멜 표류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은 피상적이고 서울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의 가장 뜨거운 한 철을 한국에서 보낸 이들은 지금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서울을 기록하며 수 없이 많은 제자들을 통해서 서울을 뼈속에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4년 가까이 서울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마도 부처님 오신날 연등행사였어요. 이처럼 거대한 도시에서 그렇게 차분하게 치러지는 초대형 전통행사를 본 적이 없거든요. 언제든지 미국의 친구들에게 이야기 합니다. 서울에 한 번 와서 느껴보라고 말이죠."(리즈)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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