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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Wisdom]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 역경을 즐기는 33%, 그들이 역사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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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Wisdom]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 역경을 즐기는 33%, 그들이 역사를 끌고 간다

동아일보입력 2011-04-30 03:00수정 2011-05-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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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일단의 학자들이 절망과 좌절로 가득 찬 한 섬에 도착했다. 그 이름은 카우아이. 하와이 군도 서북쪽 끝에 위치한 작은 섬이었다. 대대로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고, 당시 섬 주민 대다수는 범죄자, 알코올의존증환자 또는 정신질환자였다.

학자들은 카우아이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조사에 착수했다. 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30세 이상 성인이 될 때까지 궤적을 추적한 것이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그중에서도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을 추려 성장 과정을 분석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고위험군’이라고 불린 아이들 중 3분의 1인 72명이 밝고 건강한 청년으로 문제없이 성장했던 것이다.

‘대부분 사회부적응자가 됐을 것’이란 가설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가설을 뒤엎은 비밀을 조사한 결과 워너 교수는 72명에게서 하나의 공통된 속성을 발견했다. 바로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었다. 워너 교수는 그것을 ‘회복탄력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력

회복탄력성은 시련과 역경을 딛고 다시 튀어오르는 힘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올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이 올라간다.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력이다. 몸의 힘이 근육에서 나오듯 마음의 힘은 회복탄력성에서 나온다. 회복탄력성은 근육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근육이나 회복탄력성 모두 누구나 다 가진 것이지만 그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선천적으로 근육질이어서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있듯, 선천적인 회복탄력성 수준 역시 제각각이다. 학자들은 대략 인구의 3분의 1만이 선천적 회복탄력성을 지닌다고 본다.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든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면 대사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증대시켜 각종 질병을 이겨내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평소 꾸준한 훈련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면 역경에 굴하지 않을 수 있다.

○ 뇌의 긍정성을 습관화하라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선 뇌의 긍정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그냥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과는 다르다. 물이 반 컵이 있을 때 비관적인 사람은 “반밖에 없다”, 낙관적인 사람은 “반이나 있다”고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비관적인 사람이 ‘이제부터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마음먹는다고 저절로 ‘물이 반이나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근육질의 ‘몸짱’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하루아침에 그렇게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뇌의 긍정성을 높이려면 긍정성을 ‘습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를 앞둔 교수 수십 명의 행복수준을 측정했다. 그리고 심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들을 찾아가 다시 행복수준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정년보장을 얻은 교수들의 행복수준은 매우 높아졌고, 실패한 교수들은 상당한 불행감에 빠진 걸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개월 뒤 이들의 행복수준을 조사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두 부류 모두 정년보장 심사 이전에 본인이 지녔던 기본적인 행복수준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행복수준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당첨된 순간의 행복수준은 상당히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왔다.

불행한 일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의 행복수준도 대부분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기껏해야 일시적으로만 우리를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든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행복의 자동온도 조절장치’라고 부른다.

외부적 사건에 의해 발생하는 만족감은 늘 일시적인 행복만 가져올 뿐이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을 얻으려면 행복의 기본수준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 긍정적 정서의 훈련을 통해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면 바로 이 행복의 기본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행복의 기본수준이 올라가면 회복탄력성도 향상된다.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수개월 이상 지속적인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뇌의 긍정적 정보처리 루트를 활성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 감사하고, 운동하라

그렇다면 일상생활 속에선 뇌의 긍정성 향상 훈련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들 가운데 첫째는 ‘자신의 고유한 대표 강점 수행하기’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수행하게 한 뒤 결과를 지켜봤다.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정서는 일주일 후엔 미미하게 증가했지만 한 달 뒤 유의미하게 커졌다. 그 효과는 6개월이 지나도 유지됐다.

뇌의 긍정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확실한 습관은 ‘감사하기’다. 신경심장학에 따르면 심장과 뇌는 서로 정보를 밀접하게 주고받고, 특히 감정의 변화는 심장박동수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은 심장이 약해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즉, 화가 나서 심장박동수가 불규칙한 게 아니라 불규칙한 심장박동수가 그 사람을 불안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심장박동과 감정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에 주목한 학자들은 심장박동수의 변동 주기를 가장 이상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긍정적 정서가 무엇인지 찾으려 했고, 연구 결과 ‘감사하기’가 해답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규칙적인 운동’ 역시 뇌의 긍정성을 높이는 좋은 습관이다. 운동은 늙은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 내며 뇌세포에 혈액과 영양을 공급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jkim@yonsei.ac.kr  

나의 ‘회복탄력성’ 셀프 테스트   
■ 김주환

주된 관심사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긍정적 정서의 효과,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등. 현재 신경과학과 뇌영상 기법을 활용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볼로냐대에서 움베르토 에코 교수에게서 기호학을 배웠고, 미국 보스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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