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호]실망스러운 애플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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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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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1. 애플 아이폰의 위치 추적 논란으로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을 제기한 데이터 전문가가 한 말이다. 애플은 작년 7월 미국 하원 에드워드 마키 의원과 조 바턴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비자에게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명확히 통보했으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보 제공 여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내부 위치정보가 애플로 전송된다는 증거도 아직 없다. 생각해보면 은행과 카드회사는 내가 어디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전화와 e메일 회사는 내가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모든 소비자가 애플에 분노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소비자는 애플이 위치정보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

위치추적 논란 “안 했다” 변명만

#2. 그래도 이슈는 남는다. 첫째, 27일 애플이 버그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을 제기한 측은 왜 정보를 저장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쓸 예정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애플은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 주변 기지국 위치 등을 수집했다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그리고 소비자가 통제할 수 있었는지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비자가 아이폰 위치서비스 기능을 꺼도 위치정보가 개략적이나마 기록으로 남는다. 셋째, 애플도 인정한 것처럼 위치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이슈들은 조사가 진행되면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애플코리아 직원이 트위터에 올린 것처럼 ‘차츰 사실이 밝혀지면 별것 아니네’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3. 뉴스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다룰까. 먼저 이 사안은 미국 상원과 하원 관련 위원회에서 공개질의나 청문회로 다뤄질 예정이다. 일리노이 주 검찰총장은 애플 경영진 면담을 요구했고, 고객 두 명이 소송을 내 집단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대만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지 다루고 있다. 이 정도 ‘우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뉴스거리다. 한국에서 아이폰 사용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고,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놓고 보더라도 중요한 뉴스다.

#4. 애플의 큰 실수는 그럼 무엇일까. 논란이 된 이슈들은 진위가 차츰 밝혀질 것이니 기다려 보자. 하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애플은 여론 대응과 관련해 큰 실수를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언론은 예외 없이 애플의 성의 없는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애플은 사과 없이 “위치 추적을 하지 않았다”며 ‘그들의 사실’만 주장하고, 정부와 소비자들이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걱정하는 ‘우리의 사실’에 대해 ‘별것 아닌 것 가지고…’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론무시 태도 ‘뉴스거리’로

손꼽히는 경영사상가 램 차란은 “이제 기업이 외부의 이슈 제기를 무시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라면서 “여론에 법적 잣대로 대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애플코리아가 이런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놓고 자신들 입장에서 ‘뉴스거리가 아니다’를 따지고, 기자가 찍은 사무실 입구 사진에 대해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당연한 뉴스거리이고 개인 집안도 아닌 이슈가 된 기업의 입구를 찍는 것을 놓고 지금 애플이 따질 중요한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은 이슈가 된 사건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반응으로 악화되기 마련이다. 본사의 지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애플코리아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기업은 시장 안에 있지만 시장은 사회 여론 속에 존재한다. 시장을 주도해온 애플의 여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씁쓸하다. 분명한 것은 애플의 태도는 ‘뉴스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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