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기]中企정책, ‘도도새의 비극’ 되풀이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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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살았던 새이다. 이 섬에는 포유류가 살지 않았고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외부로부터 닫혀 먹이사슬에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살다 보니 도도새의 날기 능력은 현저히 퇴화되었다. 결국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섬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도도새는 이들의 좋은 사냥감이 되었다. 이후 네덜란드인들이 이 섬을 죄수 유배지로 사용하면서 돼지와 원숭이들이 유입되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모리셔스 섬에 들어온 사람들은 날지 못하는 도도새를 남획하였고 유입된 동물들도 땅에 집을 짓는 도도새의 알을 쉽게 찾아 먹었다. 마침내 도도새는 멸종되고 말았다.

오랜 기간 외부의 도전으로부터 보호된 도도새의 비행 능력 상실과 멸종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개체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도입을 검토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특정 업종이나 품목에 진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것은 경쟁력 있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대기업은 사업조정제도 등을 통해 사업 이양을 권장하며 이를 위반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 중인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 산정에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제도는 중소기업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널리 퍼진 영세화 촉진, 낮은 성장성과 혁신성, 국제경쟁력 저하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폐지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와 유사한 제도다. 중소기업을 보호하려 한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일어나 제도 폐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정책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선한 목적에서 출발하지만, 그런 정책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로 인해 부실기업들조차 퇴출이 지연되었고, 이에 따라 신규 진입의 지체가 발생하였다. 결과는 중소기업 부문의 급격한 생산성 저하로 나타났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시장을 ‘좁고 깊게’ 설정하였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시장 규모 축소 문제를 세계화 전략을 통해 극복하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이유다. 독일 중소기업은 혁신능력이나 국제화의 정도에서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많은 중소기업 관련자들이 독일 중소기업의 높은 성과를 말하지만 그 중소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그런 높은 성과를 이루었는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드물며 기술능력은 한심한 정도다. 또 이러한 낮은 기술력과 경쟁력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퇴출되어야 할 좀비기업이 온존하는 중소기업 부문의 수익성은 낮다. 정상 대기업과 정상 중소기업 간의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부실 대기업과 부실 중소기업 간 수익률의 격차는 실로 엄청나다. 중소기업 부실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실 좀비기업은 정상 기업의 매출과 고용 증가마저 어렵게 하는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이 이러한 부실기업마저도 보호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도도새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중소기업정책은 개방과 경쟁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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