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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또 서양 우월주의… 논란 한복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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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또 서양 우월주의… 논란 한복판에

동아일보입력 2011-04-02 03:00수정 2012-05-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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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문명’
‘서양(West) 그리고 그 외(Rest)’라는, 논란을 일으킬 만한 부제를 달고 3월 3일 출간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새 책 ‘문명(Civilization)’이 영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TV 판권이 팔린 이 책은 영국 채널4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되고 있다. 2009년 잡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던 퍼거슨은 책에서 서양이 그 외의 나라들보다 우월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14세기경 유라시아 대륙의 작은 나라들에 불과했던 서유럽 국가들이 미국, 중국, 아프리카 등에 식민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경쟁, 과학, 민주주의, 의학, 소비주의 그리고 직업 윤리의식 등 여섯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각 장에서 퍼거슨은 이들 요인에 대해 서양과 그 외 지역의 나라들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경쟁’ 부분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정치 체계가 어떻게 각 주의 경쟁심을 불러일으켰는지, 이와는 반대로 중국 명나라 왕조가 어떻게 국가를 느슨하게 만들었는지 역설하고 이 차이가 유럽과 중국의 현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철저히 서양의 관점에서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가져다 준 혜택을 설명한다. 프랑스가 서아프리카를 지배하기 전 아프리카 대륙을 다스렸던 지배자들은 아프리카의 발전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자원과 노예를 가져가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었을 뿐 아프리카의 정치, 경제 발전에 대해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세네갈의 경우 프랑스의 정치, 사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프랑스 지배의 혜택을 받았다는 게 퍼거슨의 생각이다.

이처럼 ‘서양이 그 외의 나라들보다 우수하다’라는 책의 어조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서양에만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서양이 그 ‘문명’을 세계에 전파했다고 하는 서양 우월주의가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 찬성하는 견해를 보임으로써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제공해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해대겠지요. 그렇지만 만약 우리가 그 나라를 침략함으로 인해 그 나라에 경제적인 부와 정치적인 안정을 가져다주고, 그 나라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게 된다면 우리는 그 일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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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그가 서문에 이 책에 큰 영감을 주었노라고 밝힌 연인과의 관계다. 2009년부터 그의 연인인 아얀 히르시 알리는 소말리아 출신 작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로서 진보적인 행보 때문에 이슬람권으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려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서양이 다른 나라를 침범함으로써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는 퍼거슨의 주장에 찬성한다. 서양이 비록 ‘자주’를 해쳤지만 그 나라 여성들의 ‘자유’는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서조차 ‘제국주의를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오만하고 더러운 생각’이라고 비난받는 이 책에 대해 과연 ‘침범을 받은 자’였던 중국이나 미국, 아프리카 혹은 현재의 이라크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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