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日 이달말 교과서 검정 앞두고 ‘진정성 있는 행동’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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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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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독도교과서’ 암초 만나나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승병일 광복회 부회장, 이 대통령, 김 여사, 박희태 국회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승병일 광복회 부회장, 이 대통령, 김 여사, 박희태 국회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등 ‘화사한 봄’을 예고하던 올 상반기 한일 관계가 독도 교과서 문제라는 복병에 위협받고 있다. 3월에 일본은 독도 문제를 다루는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다. 지금 양국 관계는 사상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지만 교과서 검정을 앞두고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이 1일 3·1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특히 강조한 것도 양국 앞에 놓인 이 같은 암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말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대거 통과시키면 양국 관계가 냉각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독도 문제와 관련 있는 것은 사회과 교과서로 역사 8종, 공민 8종, 지리 5종의 교과서가 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극우 성향 출판사인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가 포함돼 있다. 지유샤는 2004년 황국사관에 의거해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아 물의를 빚었던 후소샤(扶桑社)판 교과서를 집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손잡은 출판사다. 이쿠호샤는 후소샤의 자회사.

특히 올봄 교과서 문제가 우려되는 것은 2008년 개정된 일본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독도 문제를 일본이 러시아와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 해설서는 ‘사회(지리영역)’에서 ‘우리나라(일본)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취급, 북방영토와 동일하게 우리나라의 영토 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침을 제시했다. 해설서는 교과서가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조만간 검정 결과가 발표될 교과서들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2008년 해설서는 자민당 정권 때 만들어졌지만 현 민주당 정권도 태도에 큰 차이는 없다.

일본 정치상황도 독도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이 실각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민감한 영토 문제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들고, 나아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당 정권은 중국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분쟁에 미숙하게 대응해 국민의 격한 반발을 부른 경험이 있어 독도 문제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본이 중국 러시아와 동시에 영토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는 되도록 분쟁을 피하려 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달 말이나 늦어도 4월 초까지 검정 결과가 발표되는 교과서는 5월경 일반에 공개되고 8월 지역별 교육위원회와 일선 학교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도부터 정식으로 사용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MB 日국빈방문도 어려워지나 ▼
日 작년부터 타진… 韓“가시적 성과 필요”, 교과서문제 등 여론 살핀후 검토할 듯


이명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자신의 일본 ‘국빈 방문(State Visit)’이나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방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담화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행동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교환 방문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타진해 왔다. 지난해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가 있는 만큼 과거사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일본을 국빈 방문하려면 그에 걸맞은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념사에선 이런 우리 정부의 태도를 더욱 확고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간 총리는 지난해 8월 10일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더불어 조선왕조의궤 반환 등을 약속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일본으로 반출된 도서 1205책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지만 일본 의회 비준 절차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국빈 방문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최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입국한 권철현 주일대사는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 통과시기에 따라 도서 반환이 약간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결정짓는 보다 중요한 변수는 3, 4월에 몰린 일본 정부의 중학교 검정 교과서 채택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정부는 일본 의회의 조선왕실의궤 반환 비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검정 교과서 채택 여부 등을 지켜보며 국내 여론을 살핀 뒤 일본 국빈 방문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월 일본에서 예정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이 같은 민감한 현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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