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설립후 수사의뢰는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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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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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개인정보 유출 3년간 73건 적발… 과징금으로 “끝”

KT의 개인정보 관련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방통위가 지난해 10월 20일 KT에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안인 만큼 자료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KT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후보자들의 의뢰를 받아 협력사와 지사를 통해 휴대전화 가입자 230만 명에게 376만4357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2억93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가 방통위에 적발됐다. 그러나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납부가 완료돼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통위가 이 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민간업체들 “과태료 껌값 불과”


KT의 행위는 명백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과징금을 매길 수도 있지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과징금만 매기는 걸로 사건을 닫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실과 동아일보가 방통위와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통위 설립 이래 이런 행태는 계속돼 온 것으로 1일 드러났다. 방통위가 설립된 2008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방통위는 73건의 과태료 및 과징금 부과, 시정 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렸으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73건 중엔 SK텔레콤과 SK커뮤니케이션즈 등 SK 계열사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KT(KTF), LG계열사가 각각 6건이었다. 포털사이트인 다음(2건) 야후(2건), 케이블업체인 티브로드(2건) 씨앤앰(2건) 큐릭스(2건) 등 다양한 업체가 개인정보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 위반 유형도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해지자 개인정보 미파기 등 다양했다. 그러나 대부분 과태료 1000만∼5000만 원 또는 한 달 안팎의 사업정지 명령만 받았을 뿐이다. 각종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터지더라도 민간업체 사이에선 “‘껌값’에 불과한 과태료만 내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 측은 “법 절차에 따라 행정처분 조치를 했으며 반드시 수사의뢰를 해야 할 의무는 없다. 행정처분을 내릴 때 보도자료를 내니까 수사기관은 보도자료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행안부 3년간 225건 적발


정부의 민간업체에 대한 개인정보 관련 감독업무는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래 이원화됐다. 방통위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포털 사이트 및 인터넷쇼핑 등)와 방송 통신사업자에 대해, 행안부는 인터넷을 주된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반 업체 등의 홈페이지(준용사업자)에 대해 관리감독을 한다.

행안부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준용사업자를 집중 조사했으며 225건을 적발해 31건을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했고 194건에 대해선 과태료 및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인터넷을 주된 영업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한 조사인데도 방통위의 처리 실적과 월등히 차이가 난 것이다. 국회 문방위 관계자는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민간업체의 개인정보 관리체계가 복잡해지고 기준도 모호해져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방통위가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기업이익 보호를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민간과 공공의 개인정보 업무를 전담하는 개인정보보호청을 신설한 후 업무를 일원화해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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