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대로]광화문 현판은 훈민정음 글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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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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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문화재청은 최근 광화문 현판 글씨를 어떻게, 어떤 글자로 쓸 것인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한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현판 글자는 그 상징과 위치, 역사로 볼 때 중대한 일이기에 문화재위원 몇 사람이 가볍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멀쩡하게 달린 한글 현판을 떼기로 한 것도 그렇고, 한자로 다시 써 단 것도 경솔했다고 본다. 나는 2005년 한글 현판을 뗀다고 할 때부터 지난해 한자 현판을 달 때까지 많은 분과 문화재청에 의견을 내고 진지하게 논의한 뒤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110년 전 나라를 일제에 빼앗길 때 걸렸던 한자 현판 사진을 디지털 복사해서 ‘쌍구모본’ 방식으로 만들어 달았다. 쌍구모본은 본떠 색칠해 만든다는 말로 모조품을 만드는 것인데 어려운 말로 원형 복원이라고 국민을 속였다. 그 현판을 걸고 나라가 망했기에 운이 없고 재수 없는 현판이다. 그 원형이 있다 해도 마땅치 않은데 그걸 본떠 만든다기에 그 현판을 걸 때에도 광화문광장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하늘이 그 잘못을 알려주려고 석 달도 안 돼 금이 갔다는 느낌이다.

건물은 옛 건축 양식과 모형으로 짓더라도 그 문패는 오늘날 쓰는 한글로 시대정신과 국민의 소망을 담아 만든 현판을 달아야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고 문화관광 자원이 되며, 외국인과 후손들에게도 체면이 선다. 중국의 톈안먼(天安門)이 베이징(北京)과 중국을 상징하듯이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고 서울의 중심이다. 톈안먼 안의 쯔진청(紫禁城) 현판은 모두 만주글자와 한자를 함께 쓴 것이지만 ‘天安門’은 그런 글씨로 쓴 현판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원형 복원을 강조한다. 원형 복원 차원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을 다는 게 옳다. 그 현판은 오늘날 대한민국 지도자가 세종정신과 지도력을 본받고 한글로 나라를 빛내겠다는 소망과 시대정신을 담아 써 수십 년 동안 걸었던 진짜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 정신으로 광화문뿐만 아니라 세종대왕 무덤인 영릉과 충무공이 살았던 현충사, 3·1만세운동을 한 탑골공원 등 나라와 겨레에게 중요한 곳곳에 한글 현판을 달았다.

광화문을 새로 짓고 새 현판을 만들어 단다고 하기에 세종정신과 역사를 살리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한글이 태어난 곳인 광화문 안의 경복궁임을 뽐내자는 뜻에서 세종시대 훈민정음 글꼴로 만들어 달자고 했다. 훈민정음 28자를 조합하면 수만의 글자를 만들 수 있고,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 훈민정음 언해본이나 용비어천가에 있는 한글 자모 ‘ㄱ ㅗ ㅏ ㅇ ㅎ ㅗ ㅏ ㅁ ㅜ ㄴ’ 글꼴을 따 조합해서 ‘광화문’이란 글씨를 만들어 달고 외국 관광객과 후손들에게 그 창제 정신과 원리를 설명하면 감동하지 않을까.

서울시는 광화문 일대를 한글문화 관광 중심지로 만드는 ‘한글 마루지’ 사업을 발표했고, 정부는 광화문부터 한강까지를 국가 상징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의 중심이고 한국의 얼굴인 광화문의 현판을 한글로 달아야 외국인이 우리 겨레의 역사와 우수함에 감동할 관광자원이 되고 자주문화를 꽃피워 인류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괜히 옛 사람의 한자 붓글씨를 따서 만든다는 논쟁으로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말자. 서로 좋아하는 인물의 글씨로 하자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우리나라와 겨레의 자랑스러운 보물로서 자긍심이고 자존심이며 상징이다.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달 때 세종정신과 한글, 나라와 겨레가 빛난다. 이것은 상식이고 이 시대 우리 의무요 책무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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